국내 바이오 산업의 간판 기업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노사 대립이 출구를 찾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부분파업을 시작으로 이달 초 사상 첫 전면 파업을 단행한 지 벌써 한 달이 지났지만, 들려오는 것은 협상 타결 소식이 아닌 상호 고소·고발이라는 막장 드라마뿐이다. 갈등의 골이 깊어질수록 회사의 미래 경쟁력과 대외 신뢰도는 모래성처럼 허물어지고 있다.
시장의 냉혹한 평가는 주가에 즉각 반영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는 올해 1월만 해도 주가가 장중 198만7000원을 기록하며 '주당 200만원' 문턱까지 치솟았다. 국내 시가총액 순위도 3위까지 올랐다. 그러나 3월 노조의 파업 결의와 실제 파업이 이어지면서 최근 주가는 135만원 선으로 폭락했고, 시가총액 순위 역시 13위까지 수직 하락했다.
더 큰 문제는 대외 신뢰도 훼손과 해외 경쟁사의 무서운 반격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상위 20개 제약사 중 17곳을 고객사로 둘 만큼 탄탄한 신뢰를 자랑해 왔다.
하지만 살아있는 세포를 다루는 바이오 공정 특성상 파업으로 인한 단 한 번의 공정 차질도 글로벌 빅파마들에게는 치명적인 리스크다. 이 틈을 타 경쟁사의 공세가 매섭다. 중국 언론은 지금이 바이오 주도권을 잡을 기회라며 군불을 때고 있고, 중국의 우시바이오는 국내 컨퍼런스까지 참가하며 적극적인 영업 공세에 나섰다. 일본의 후지필름 역시 대대적인 생산능력 확대로 우리 턱밑을 겨누고 있다. 안방싸움에 정신이 팔린 사이 해외 경쟁사에 시장을 통째로 안겨줄 판이다.
이제는 냉정하게 출구를 찾아야 한다.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이유는 노조의 요구안이 노동자의 권리를 넘어 회사 핵심 경영권과 인사권을 과도하게 침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조는 평균 14%의 임금인상과 1인당 3000만원의 타결금, 영업이익의 20% 성과급 재원 확보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이에 더해 채용·승진·징계에 대한 '노조 사전 합의권'과 인수합병·분할에 대한 '노조 동의권'까지 요구했다. 주주 자본주의와 현행 회사법 체계를 무시한 요구에 대해 학계 등 외부 전문가들조차 “과도하다”는 쓴소리를 내놓는 이유다.
결국 노조의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임금 인상과 복지 향상 등 노동자로서 지킬 실리는 챙기되, 경영권과 인사권을 흔드는 선 넘은 요구는 내려놓아야 한다. 또한 사측에 타격을 주기 위해 홍보부서의 세금계산서 등 내부 비밀자료까지 외부로 유포하는 극한의 투쟁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 이는 협상력을 높이는 전략이 아니라, 향후 파업이 끝난 뒤 함께 일해야 할 동료 간의 최소한의 신뢰마저 파괴하는 자해 행위다.
회사가 지속 가능하고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때 노조와 노동자의 삶도 함께 존속할 수 있다. 지금의 글로벌 위상은 결코 영원하지 않으며, 신뢰를 잃은 기업에 미래는 없다. 노사 모두 공멸의 길에서 벗어나 상생을 위한 대승적 결단을 내려야 할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권건호 기자 wingh1@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