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머신러닝 프로세서로 인공지능(AI) 인프라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다. 전기가 아닌 빛으로 데이터센터 간 초고속통신 환경을 구축할 수 있는 상용 솔루션도 선보였다. 향후 5년 내 상용화가 예상되는 5G통신 인프라·단말 시장에선 반드시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17일(현지시각) 인텔은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센터에서 열린 인텔개발자포럼(IDF) 2016 현장에서 신형 머신러닝 프로세서 제온 파이(Xeon Phi)를 공개했다. 인텔은 새로운 제온 파이를 `나이츠 밀(Knights Mill)`이라는 코드명으로 불렀다. 다이앤 브라이언트 인텔 데이터센터그룹 수석부사장은 “나이츠 밀은 내년 출시될 예정”이라며 “이전 세대 제품 대비 더 최적화된 성능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이츠 밀의 구체 스펙은 공개되진 않았으나 높아진 효율성, 용이한 확장성, 고용량 메모리 등 모든 면에서 개선을 이룰 것이라고 인텔은 강조했다.
머신러닝은 단어 뜻 그대로 기계학습을 의미한다. 방대한 데이터를 컴퓨터에 주입하고 학습시켜 데이터가 가진 의미를 해독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머신러닝 혹은 딥러닝의 일반적 정의다. 이 과정을 거치면 컴퓨터 같은 기계에 인공적인 지능을 부여할 수 있다.
이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곳은 GPU업체 엔비디아다. 다량의 코어로 이뤄진 GPU는 병렬 연산에 유리한 구조를 갖고 있다. CPU 대비 데이터 학습이 용이하다고 엔비디아는 강조하고 있다.
제온 파이를 내놓은 인텔은 엔비디아의 주장을 반박한다. CPU에 기반을 둔 제온 파이 프로세서가 GPU보다 더 나은 성능을 보인다는 것이다. 현재 시장에 출시돼 있는 2세대 제온 파이(코드명 나이츠 랜딩)는 칩 하나에 최대 72개 코어가 탑재된다. 연산 성능은 약 3테라플롭스(TFOLPS, 초당 1조번 연산)다. 제온파이를 활용한 딥러닝 분석 솔루션은 이전 세대 엔비디아의 GPU(맥스웰)와 비교해 과학 분야에서는 5배, 데이터 시각화는 5.2배 정도 높다. 현재 주력인 파스칼 아키텍처 GPU와 비교하면 동등 성능을 보일 것으로 전문가는 추정한다.
제온 파이가 경쟁력을 갖는 건 효율성이다. 호스트 CPU를 내장해 메인 CPU를 별도로 탑재하지 않아도 된다. GPU를 활용하려면 무조건적으로 CPU를 탑재해야 한다. 운용체계(OS)나 소프트웨어(SW) 개발 환경도 동일하기 때문에 개발자도 익숙하게 일을 처리할 수 있다고 인텔은 강조했다.
◇전기 아닌 빛으로 통신, 10배 빠른 속도
인텔은 수 ㎞ 거리에서 광섬유 케이블로 초당 100기가비트(Gb) 속도로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 실리콘 포토닉스 기반 광학 트랜시버를 정식 출시했다. 이 솔루션을 활용하면 현재 주로 쓰이는 10Gb 이더넷보다 약 10배 빠른 속도로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다.
실리콘 포토닉스는 전기 신호가 아닌 빛으로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는 제품으로 실리콘 집적회로(IC)와 레이저가 결합된 형태로 제공된다. 실리콘 포토닉스 기반 광학 트랜시버는 데이터센터의 스위치 장비에 연결돼 다른 데이터센터로 데이터를 송수신하는 역할로 활용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데이터 이동시 나타나는 병목현상이 제거돼 보다 원활하게 데이터센터를 운용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유지비용도 적게 든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애저 클라우드 플랫폼에 이 솔루션을 활용할 계획이다. 인텔은 추후 실리콘 포토닉스 기술을 활용한 통신 속도가 초당 400Gb까지 빨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진정한 `스마트 연결` 시대 만드는 5G
퀄컴 중역으로 활동하다 인텔로 이직한 머시 렌두친탈라 인텔 클라이언트 사물인터넷(IoT) 사업그룹 사장은 이날 5G 이동통신 기술이 진정한 스마트 연결 시대를 이끌 것이라고 강조했다.
머시 사장은 2020년 500억대 이상 사물과 장치가 연결되고 2000억개 이상 센서가 상호 연결돼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생성할 것이라 내다봤다. 네트워크에 물린 컴퓨터, 분석 솔루션, 스토리지 기술은 이렇게 생성된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통찰력을 제공한다. 스마트 연결 시대를 완성하는 것은 바로 5G 이동통신 기술이다.
머시 사장은 “5G를 통해 수많은 기기가 연결되고 여기서 생성되는 데이터로 통찰력을 뽑아내면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세상이 열릴 것”이라며 “5G는 우리 주변 모든 것을 연결하는 기반이자 `성장의 선순환`을 위한 추진력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인텔은 AT&T와 클라우드와 5G 분야에서 협력 관계를 맺었다고 발표했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