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그룹 재건을 위한 마지막 카드로 태양광에 다시 집중한다. 이제 막 재기 기반을 다진 상황에서 SKC솔믹스 태양광사업부를 인수하는 것은 새로운 출발과 같은 모험이다. 건곤일척의 승부수가 곧 윤 회장 재계 복귀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
웅진그룹은 2012년 9월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간 뒤 14개월 만에 법정관리를 졸업했다. 지난 6월엔 계획 보다 6년이나 빨리 채무(1조4384억원)의 98%를 갚았다. 웅진씽크빅이 선봉에 섰다. 영업이익은 지난 2013년 129억원에서 2015년 233억원으로 늘어나 자금회전에 숨통이 트였다.
2분기 영업이익은 93억9900만원으로 지난해 대비 348.6% 늘어 2011년 이후 분기 최대 실적이다. 더불어 과거 그룹 성장을 견인한 화장품, 정수기 사업도 다시 시동을 걸면서 윤 회장의 `오뚜기 신화`가 다시 쓰여지고 있다.
윤 회장은 또 한번 승부수를 던졌다. 아픈 손가락인 태양광사업에 다시 대규모 투자를 결정했다. 지난 6월 GS그룹 E&R솔라를 전격 인수해 대전·오창에 분산된 웨이퍼 공장 시설을 구미로 통합하기로 했다. E&R솔라 모듈 생산력과 기존 잉곳 생산력을 한 곳에 집중한다. 구미시와는 5년간 구미공단 내 태양광 모듈·웨이퍼 사업에 1032억원을 투자하는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
숨도 쉬지 않고 이번엔 SKC솔믹스 태양광사업부를 인수한다. 잉곳 대비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웅진에너지 웨이퍼 생산능력을 단박에 업계 최고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영업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포석이다.
윤 회장에게 태양광은 완성하지 못한 꿈이다. 기가와트(GW)급 생산설비를 갖추고 글로벌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지만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수년간 적자를 지속했다. 건설부문과 함께 웅진 그룹 경영난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1980년 창립 이후 2011년에는 연매출 6조원 규모에 32개 계열사를 거느렸던 웅진그룹은 현재 웅진(지주사·IT서비스), 웅진씽크빅(교육·출판), 북센(출판유통), 웅진에너지(태양광), 웅진플레이시도시(레저), 웅진릴리에뜨(화장품) 등 15 계열사만 남았다. 대형 제조사인 웅진에너지를 캐시캐우(현금 창출원)로 키워 안정적 성장을 이어간다는 것이 윤 회장 복안이다. 지난해 웅진에너지가 흑자전환하며 재기 가능성을 보이면서 윤 회장 결정에도 힘이 실렸다.
그렇지만 여전히 불안한 시선도 있다. 웅진에너지는 지난달 시설·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주주배정 후 일반공모 방식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유상증자 규모는 873억2000만원이다. 발행신주는 1180만주로 예정발행가 7400원이다. 현재 주가 보다 높은 편이지만 회사는 내달 9일 기준으로 주당 액면가액을 500원에서 5000원으로 변경하는 액면 병합을 진행 중이다. 단기차입금도 200억원 늘리기로 했다. 이제 막 경영 정상화 기운이 감지되는 상황을 감안하면 올인에 가깝다. 중국 잉곳·웨이퍼 제조기업 원가 경쟁력은 우리 기업 대비 10% 이상 앞서 있다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단기간 과거처럼 장기간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그룹 경영 전반에 또 다시 무거운 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웅진에너지는 주력 고객사인 선에디슨과 계약으로 그동안 위기를 넘겨 왔는데 이제 홀로서기를 해야할 상황”이라며 “현재 투자 방향을 보면 모듈 제조로 다운스트림 사업에 뛰어들고 웨이퍼 제조 원가를 최대한 낮춰 경쟁하는 전략인데 그룹 재정과 중국 기업 원가 등을 고려하면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승부수”라고 말했다.
최호 전기전력 전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