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道 휴게소 전기차 충전기 깔기로한 정부…민간 사업자 "요지 선점" 반발

정부가 전국 고속도로 모든 휴게소에 전기차 충전소를 구축하기로 했다. 민간 충전인프라 업계는 초기 투자유도를 넘어선 요지 선점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정부는 이에 대해 민간 투자가 적극적이지 못한 초기 시장에 `판을 벌여주는 것`이라며 취지를 밝혔다. 여기에 대해서도 업계는 정부가 인프라 구축에 직접 뛰어드는 것보다 사업보조금 또는 전기요금 지원 같은 `정책적 당근`이 필요하다고 맞섰다. 충전인프라 확산과 활용 확대를 위해 정부와 업계 간 조율이 필요한 상황이다.

Photo Image
정부가 구축해 운영 중인 호남고속도로 주암휴게소(상행선) 급속충전기 모습. 전기차 전용 주차면 방지턱과 충전기 간격이 멀어 위험해 보인다. <출처: 네이버 전기차 동호회 사이트>

환경부는 국토교통부와 공조해 오는 2018년까지 전국 고속도로 194개 모든 휴게소에 최소 1기 이상 급속충전기(50㎾h급)를 구축한다고 8일 밝혔다. 국토부 산하 한국도로공사가 휴게소 내 충전소 부지를 무상 제공하고, 환경부 환경공단이 충전소를 구축·운영할 계획이다. 이 후 영업이익이 발생하면 도로공사에 임대료를 지불하기로 했다.

당초 전국 40~50% 휴게소에 충전소를 세우겠다던 정부 계획이 100%로 상향 조정됐다. 환경부는 지난해 고속도로 휴게소 70~100곳에만 충전소를 구축하고, 나머지는 민간 사업자를 고려해 당장 투자가 어려운 도시 외곽 등 사각지대 위주로 337기를 구축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난 3일 관계부처 합동 `미세먼지 관리 특별 대책`에서 전체 고속도로 휴게소로 확대했다.

이에 민간 사업자뿐 아니라 충전인프라 사업 진출을 검토 중인 주유업계도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충전인프라 업체 한 관계자는 “정부가 고속도로 휴게소 전체에 충전소를 세운다는 건 민간이 수익을 낼 최적 요충지를 정부가 선점하겠다는 것”이라며 “해외도 정부가 민간을 지원하는 일은 있어도 직접 충전소를 구축해 운영하는 사례는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번번이 바뀌는 정부 정책 탓에 사업 전략을 세울 수 없다”며 “정부가 인프라를 직접 깔지 말고 민간이 사업할 수 있도록 한시적이라도 전기요금 감면이나 부지 확보 등을 지원하는 게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짚었다.

환경부는 현재 전기차 보급 상황과 민간 투자 여력, 시장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향후에라도 민간 사업자가 나선다면 휴게소 부지 등 사업권을 내어줄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민간 충전인프라 사업자가 나왔지만, 전기차 제작사 예산에만 의존할 뿐 휴게소 등 공공시설물에 투자하는 사례가 없었다”며 “194개 휴게소에 급속충전기를 세울 계획이지만 민간이 나선다면 얼마든지 (휴게소 충전 사업권을) 내어 줄 수 있고 오히려 민간 참여를 환영한다”고 말했다.


박태준 전기차/배터리 전문기자 gaius@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