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약 80㎞ 떨어진 경기도 평택시 고덕산업단지.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공장 건설로 레미콘 차량이 현장을 쉴 새 없이 들락거렸다. 주변은 모래 먼지로 뿌옇게 보였다.
평택 삼성 공장은 지난해 5월 착공했다. 골조 작업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공장은 모습을 갖춰 가고 있었다. 건설은 연말께 끝나고, 내년 초에는 클린룸 설치와 장비를 반입한 뒤 가동에 들어간다.
먼지를 뒤집어쓴 주차장 주변의 흡연장은 문이 잠긴 상태였다. 문은 점심시간(낮 12시~오후 1시) 등 특정 시간대에만 열린다. 이용 시간 안내 팻말에 `24~01시`도 적혀 있는 걸로 봐선 야간작업도 심심찮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장 주변 곳곳에는 지게차, 크레인과 함께 인력 모집, 단기 원룸 임대를 홍보하는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기초안전보건교육 광고 현수막도 보였다. 이 교육을 받아야 협력사 직원으로 건설 현장에서 일을 할 수 있다. 1년6개월여 동안 이뤄지는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건설에만 수많은 일자리가 생겼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금은 지역에 국한돼 있지만 국가 단위의 고용창출, 경제유발 효과는 공장 건설 이후 본격 가동에 들어가는 그 이후”라고 설명했다.
◇대규모 경제유발 효과=평택 고덕산업단지에서 삼성전자가 사용하는 면적은 총 283만㎡(85만평)이다. 현재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곳은 화성사업장(약 159만㎡). 평택은 화성 단지 대비 면적 규모가 두 배 가까이 넓다. 삼성전자는 우선 79만㎡(23.8만평)에 인프라 시설과 첨단 반도체 라인 1기를 건설한다. 1단계 투자에만 15조6000억원이 투입된다. 삼성전자는 이번 투자로 41조원의 생산유발과 15만명의 고용창출 등 높은 경제파급 효과를 예상했다. 수많은 상장·비상장 삼성 장비 협력사도 올해 말 평택 반도체공장용 장비 발주를 기대했다.
삼성전자는 기흥과 화성에 이어 평택에 공장을 건설하면서 세계 최대 반도체 생산 클러스터를 구축하겠다고 공언했다. 모래(규소, 반도체의 주원료)를 금보다 더 비싸게 둔갑시키는 현대판 연금술이 기흥과 화성, 평택에서 이뤄지는 셈이다.
집값은 들썩였다. 고덕산업단지 주변의 부동산 관계자는 “평택 아파트 시세는 지난해 1분기 대비 50만~60만원 올라 평균 700만~800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면서 “2011년 삼성 평택공장 호재가 언급되기 전과 비교하면 무려 25%가량 올랐다”고 전했다.
공장 초입에 땅을 갖고 있던 고물상 주인은 반도체공장이 들어선다는 소식을 듣고 약 79㎡(24평형) 가건물을 올려서 임대를 놨다. 이곳을 임대한 입주민은 5년 계약의 보증금 1억원, 월세 720만원에 편의점을 차렸다.
◇지역 이기주의 부작용, 전력 공급 암초
공장 건설이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건설에 훼방을 놓던 한 시민단체는 전·현직 조직폭력배가 주축이었다는 사실이 경찰 조사 결과 밝혀졌다. 이들은 최근까지도 평택공장 건설 현장에서 장송곡을 틀어 놓고서 “지역장비, 지역근로자, 지역업체를 사용하라”며 삼성전자를 압박했다. `뜯어먹자`고 달려들던 이들 모습은 경찰 수사 이후 사라졌다.
가장 큰 암초는 전력 공급이다. 충남 당진시는 당진 화력발전소에서 삼성 평택공장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북당진변전소 건설 공사를 주민재산권 등의 이유로 허가하지 않았다. 법원은 최근 한국전력공사가 당진시를 상대로 제기한 `북당진변환소 건축허가 신청 반려처분 취소` 소송에서 “당진시는 건축허가 반려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당진시가 항소하면 문제 해결에 시간이 더 걸릴 수밖에 없다. 안성시도 비협조적이다. 서안성변전소에서 평택공장을 잇는 송전선로 건설 허가를 주민 반대를 이유로 내주지 않고 있다.
산업계 관계자는 “각종 규제와 지역 이기주의, 반기업 단체의 왜곡 주장 등으로 한국에 공장을 짓는다는 건 아주 힘든 상황”이라고 개탄했다.
평택=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