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공기업도 변해야 합니다. 발전이라고 발전소를 짓고 전기를 생산하는 것만이 전부라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새로운 환경에 맞춰 변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김용진 한국동서발전 사장은 현 전력·에너지시장을 `격변기`로 규정했다. 신기후체제라는 지각 변동에 맞닥뜨린 상황에서 지금까지 관행과 룰은 미련 없이 털어야 한다고 믿는다. 새로운 방법과 문화를 갖춘 이른바 환경에 적응하는 강한 종으로 진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30년간 기획재정부에 핵심 보직을 두루 거친 김 사장의 동서발전 취임은 발전공기업계 화제가 되기 충분했다. 그동안 동서발전은 한국전력 출신이 사장을 맡아온 곳으로, 김 사장 취임은 그 자체로 변화 시작이다.
비슷한 처지 발전업계가 김 사장 행보에 주목한 것은 당연하다. 그가 이끄는 동서발전 역시 그동안 발전공기업 중 항상 새로운 것을 먼저 시도하고 부딪히는 DNA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김 사장과 동서발전의 혁신 DNA가 어떤 상승작용을 발휘할지 기대를 받고 있는 셈이다.
이제 취임 3개월. 짧은 시간동안 회사 변화를 끌어내기 위해 먼저 소통과 융합에 힘썼다. 그는 “직원 고민과 바람을 알기 위해 허심탄회한 대화를 수차례 가졌다”며 “그 과정에서 많은 직원이 신기후체제와 우리의 주력인 석탄화력에 따른 불확실한 미래에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변화 목표를 잡기 위해선 문제점을 제대로 아는 것이 중요했다. 직원에게 지금의 걱정과 우려, 불만을 가감 없이 얘기해줄 것을 당부했다. 형식은 중요하지 않다. 처음에는 임원직급에서 개선 사항을 보고서로 만들어 제출했지만 회의 참석 시 생각나는 것을 구두로 편하게 얘기하도록 문화를 바꿨다. 해결 방안은 차장 직급 이하 직원부터 생각해보도록 했다. 신기후체제 따른 위기 상황에서 실제로 회사를 이끌 주역은 이들이기 때문이다.
“큰 틀에서 지금 석탄화력이 아닌 다른 먹거리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습니다. 지금 경영방식으로는 아무리 공기업이라 해도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습니다. 신재생에너지와 같은 탈화석연료 사업은 물론이고 단순히 전기를 만들어 판는 경영문화에도 변화가 필요합니다.”
김 사장이 관심있게 보는 방향은 풍력 확대와 발전서비스업 진출이다. 이제는 차를 타고 다니면서 산 능선만 보면 풍력발전기가 설치된 모습을 상상하는 그다. 신규 석탄화력 계획은 현재로선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 발전서비스업은 동서발전 강점인 발전소 운영능력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공기업으로서 보유 발전소 이외에 다른 민간기업 발전소가 잘 운영될 수 있도록 지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신기후체제와 전력설비 확대 등 발전 시장은 변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며 “자발적 혁신으로 지금까지와는 다른 조직문화를 만들고 새로운 공기업으로서 역할을 이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정형 에너지 전문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