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땀으로 혈당을 측정하고, 피부로 약물을 투여하는 `당뇨 패치`를 개발했다.
당뇨병은 혈관흐름을 막아 심혈관질환, 뇌졸중, 시신경손상 등 합병증을 불러올 수 있다. 완치가 어려워 지속적인 관리가 요구되는 질환이다. 당뇨병 환자 수는 2014년 기준 국내 300만명(6%), 세계 6억명(9%)에 달한다. 이번 연구 성과가 임상시험에 성공하면 매일 수차례씩 바늘로 손가락을 찔러 혈당을 측정하고 인슐린 주사로 혈당을 조절해야 하는 환자 고통을 덜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입자연구단 김대형 연구위원(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 연구팀은 그래핀 복합체를 활용한 전기화학센서와 미세 약물침(마이크로침)을 결합해 `당뇨 전자 패치`를 개발했다.
기존 당뇨패치는 땀 속의 `당 함량`만을 측정해 혈당을 계산한다. 이번에 개발된 패치는 땀 속 당 함량, 땀 온도, 산성도(PH) 등을 동시에 측정해 혈당을 실시간으로 측정할 있다. 연구진은 정확도를 높이려고 투명도가 높은 그물망구조의 금박 위에 금으로 도핑한 그래핀을 붙이고 습도, 산성도, 온도 측정센서를 결합해 혈당 측정용 전기화학센서 시스템을 만들었다. 혈당이 높을 경우 미세 약물침 속 조절 약물을 피부에 주입해 주사를 놓지 않고도 혈당 조절을 할 수 있다.
미세 약물침은 수용성 혈당조절 약물(메트포르민)로 만든 미세한 침에 42도 이상 온도에서 녹는 코팅을 입혔다. 고혈당이 감지되면 전기히터가 작동돼 코팅을 녹여 통증 없이 각질층 아래 피부로 약물을 전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현재 생쥐 실험을 성공적으로 마쳤고 임상 단계는 아직 남아 있다. 패치 수명기간을 늘리고 혈당 측정 정확성과 안정성을 높이는 일도 숙제다.
`피`를 이용하지 않고 혈당을 쉽게 측정하려는 시도는 다양한 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구글은 스마트콘택트렌즈로 당뇨환자 당뇨수치를 모니터링하는 기술을 발표했다. 구글 스마트렌즈는 당뇨 환자 눈물로 혈당을 측정하고 무선으로 모바일 단말기와 연계시켜 혈당수치를 알게 해 준다. 다만 소형화된 전자기기가 삽입된 렌즈이다 보니 시력 저하나 눈 건강이 나빠질 우려가 있다.
당뇨 전자 패치 연구를 주도한 김대형 교수는 “세계적으로 나노기술에 연구비를 많이 투자했는데 상용화 방향은 쉽게 잡지 못했다”며 “차세대 소재인 그래핀을 활용해 당뇨병 진단과 피드백 치료가 모두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어내 의료 상용화의 길을 연 것에 산업적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당뇨 패치에 적용된 기술은 혈당 측정 외에도 전자피부나 패치형태의 다양한 바이오센서 시스템에 광범위하게 활용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구성과는 세계적 권위의 학술지인 네이쳐 나노테크놀로지(Nature Nanotechnology)에 3월 22일자로 온라인 게재됐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