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우’ 범하지 말아야

정부가 올해 종료하기로 한 반도체·디스플레이 국가 연구개발(R&D) 사업을 재검토하고 기존 방식과 다른 형태로 ‘조건부 연장’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산업이 고도화됐고 대기업 위주로 전개되고 있다는 점을 들어 R&D 지원을 중단하는 일몰제를 적용했다. 신규 사업뿐만 아니라 계속 사업까지 올해 일괄 종료하기로 했다. 최근 국가과학기술심의회가 발표한 9개 R&D 중장기 전략투자 분야에서 반도체·디스플레이·LED는 우선순위에서도 밀렸다.

중국은 조선과 철강에 이어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에 정부 차원에서 수십조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하하면서 민간기업을 지원하고 있다. 한국이 R&D 사업 지원을 중단시키고 있는 반면 중국은 정부가 주도해 반도체·디스플레이산업 판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국내 업계는 “중국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선 정부가 R&D를 계속 지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정부는 업계·학계의 지속적인 문제 제기로 R&D 재개를 검토하게 됐다. 대기업이 사용하는 첨단 반도체 미세공정, 대량 생산용 장비 개발을 지원하는 대신 사물인터넷(IoT) 시대에 맞게 단순 기능용 반도체, 다품종 소량 생산에 적합한 장비와 기술 개발을 논의하고 있다.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은 한 포럼에서 “향후 5년을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반도체산업 향배가 갈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이 넘볼 수 없는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시스템반도체를 균형 육성하고 미래형 자동차, 로봇, 바이오 등 미래 신성장산업과 연계한 기술 개발과 새로운 시장 창출이 필요하다고 했다.

중국 ‘반도체·디스플레이 굴기’가 위협으로 다가오는 상황에서 정부 무관심은 자칫 조선, 철강, 해운업종과 같은 상황을 불러올 수도 있다. 거시정책과 R&D 지원, 인프라 구축, 체계적인 전문인력 양성 등 산·학·관 유기적 역할분담으로 미래 반도체·디스플레이산업 주도권을 놓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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