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의 홍수 시대에 살고 있다. 이 순간에도 수많은 정보가 다양한 매체를 통해 우리 곁을 흘러간다. 과거에는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정보도 이제는 누구나 스마트기기로 실시간 얻을 수 있다.
이는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고 알려야 하는 기업에게는 기회이자 동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기회요인으로는 고객과의 접점 확대다. 다양한 매체를 통해 고객에게 신제품과 서비스를 빠르게 알릴 수 있다. 막대한 자본만 있다면 어떤 소비자에게도 제품을 노출시킬 수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안 된다. 그들에게 우리 제품을 제대로 알려야 한다. 고객은 하루에도 셀 수 없이 많은 정보를 접한다. 이를 달리 표현하면 고객이 기억하는 정보는 일부에 그친다. 이것이 바로 기업에게는 부담이다. 많은 사람에게 충분히 제품·서비스를 노출했지만 고객은 그것이 어떤 제품인지, 어느 회사가 내놓은 것인지 기억을 하지 못한다. 모 벤처업체 대표는 “어설프게 광고를 했다가는 오히려 경쟁사만 재미를 본다”고 광고 기획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렇다고 광고를 등한시해서는 절대 안 된다. 고객은 여전히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원하는 내용을 찾아서 그들의 소비생활로 이어간다. 대안은 하나다. 바로 고객의 머릿속에 기억될 수 있는 창의적 광고를 기획해야 한다. 막대한 자본으로 수도 없이 노출하는 것도 방법이다. 하지만 매체가 늘어날수록 그런 물량 공세는 한계를 겪을 수밖에 없다. 투자 대비 효과가 매우 떨어진다.
기술의 발달 그리고 보편화도 광고의 중요성이 커지는 요인이다. A사가 좋은 제품을 내놓으면 짧게는 몇 주 후 경쟁사가 유사한 기술의 제품을 내놓는다. A사 입장에서는 단기간에 시장을 빠르게 선점해야 한다. 시장이 움직이도록 고객을 설득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제품을 알려야 한다. 바로 광고다. 시장의 개척자인 A사가 제대로 제품을 알리지 못했다면 수익은 후발주자가 누린다. 고객은 ‘누가 먼저 개발했느냐’보다는 ‘어느 회사 제품이 머릿속에 떠올랐느냐’에 따라 제품 선택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우수한 기술을 보유한 벤처기업 가운데 완성된 제품을 제대로 알리지 못해 어려워진 경우도 많다. 이유는 다양하지만 광고와 같은 홍보·마케팅의 중요성을 간과한 것도 빼놓을 수 없다. 당초 예상했던 개발 예상 자금을 빠르게 소진해버리고 이후 은행에서 어렵사리 빌린 돈으로 제품을 완성하지만 정작 이를 알릴 마케팅 비용이 없는 경우다. 전문가들은 기업에서 제품을 개발하는데 소요되는 자금만큼 마케팅 비용이 들어간다고 말한다. 기술 상용화가 전부라고 생각하는 기술자 출신 기업가는 이해할 수 없지만 마케팅이 그만큼 중요한 시대에 살고 있다.
올해도 셀 수 없이 많은 튀는 아이디어의 광고들이 지면을 화려하게 수놓았다. 엄격한 심사를 거쳐 영예의 대상은 LG전자의 ‘울트라 올레드 TV’ 광고가 차지했다. 울트라 올레드는 초고화질(UHD) 해상도의 꿈의 디스플레이로 불리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에 구현한 TV다. LG전자가 세계 최초로 출시한 TV로 이를 광고로 그대로 표현했다. 또 SK텔레콤의 기업광고 ‘성숙의 나무’편은 회사가 ICT 변화를 주도한다는 이미지를 제대로 알려, 금상을 수상했다. LS전선과 SK브로드밴드가 각각 은상과 동상을 받는 영광을 누렸다.
전자신문 심사위원단은 수많은 광고 가운데 최고의 제품을 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심사는 크게 세 단계로 나뉘어 진행됐다. 지난 8월 1일부터 10월 31일까지 총 200여개의 출품작을 접수받았다. 1차 심사는 본사 전문기자로 구성된 예선 심사위원회 평가로 진행했다. 현장 취재를 바탕으로 광고 후 기업과 제품의 이미지 개선 효과를 중점 평가했다. 예선심사를 통해 20개 작품을 본선 대상 작품으로 선정했다. 본선 입상작은 심사위원이 매긴 점수를 종합 집계해 점수 순으로 대상부터 동상까지 확정했다. 또 각 부문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작품을 부문별 최우수상으로 선정했다. 심사 기준은 제품 광고 전략의 적합성, 창의성 그리고 소비자에 대한 호소력 등이 있었다. 아이디어·카피라이터·일러스트·사진·디자인 등 종합적인 이미지를 중심으로 하되 예술적 가치보다는 마케팅 기여도에 높은 점수를 부여했다.
전자광고대상은 1999년 시작, 올해로 16회째를 맞는다. 국내 유일의 정보통신기술 전문 분야 광고대상으로 한국 IT산업 발전과 함께 꾸준히 성장했다. 전자광고대상은 그런 측면에서 시대의 흐름을 제대로 반영해왔다. ICT 대표 기업들은 기술 개발과 동시에 전자신문 지면을 통해 제품 출시 소식을 알려왔다. 그래서 전자신문에 실린 광고는 당시 시대의 제품과 서비스 트렌드를 볼 수 있다고 말한다. 다양한 매체의 등장에도 전자광고대상은 그 역할을 지속적으로 해낼 것이다.
<2014 전자광고대상 수상작>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