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이 끝나는 듯 싶더니 제 15호 태풍 `볼라벤`이 한반도를 덮쳤다. 도로간판이 떨어지고 창문이 깨지는 등 피해가 막심했다. 200여만 가구 전기 공급도 중단됐다. 농작물 피해는 더 크다. 강한 바람으로 비닐하우스에 찢겨져 나가고 과수 농가와 양식장도 망가졌다. 태풍뿐이 아니다. 가뭄·홍수·지진 등 자연재해는 과학기술이 발달한 오늘날에도 인간이 안고 있는 위험이자 풀어야 할 과제다. 하지만 태풍을 조절할 수 있다면 어떨까.
태풍 생성 원리는 이렇다. 적도 부근에 높은 태양열을 받은 바다에서 수증기가 발생한다. 수증기로 인해 저기압의 상승 기류를 인해 만들어진 구름이 자전 영향으로 구름을 흡수하면서 강해질 때 발생한다. 태풍 피해도 만만치 않지만 적도에 집중된 에너지를 북쪽으로 이동시켜 에너지 균형을 유지하게 하는 역할도 있다.
일본 문부 과학성이 발표한 `2040년 과학기술`에서는 2040년쯤에 자연재해를 조절할 수 있는 기술이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태풍의 경우, 우주분야 기술 발전으로 태양 에너지 집중을 우주 공간에서 분산시키거나 적도 부근에 집중된 에너지를 다른 곳으로 이동시켜 활용하는 방법으로 조절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직까지 자연 재해를 조절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자연재해 정도는 아니지만 구름을 생성시켜 비를 내리거나 반대로 비를 억제하는 기술, 우박을 억제하거나 안개를 제거하는 기술은 이미 등장했다. 날씨를 인공적으로 조절하는 기술. 바로 기상 조절 기술이다.
인공강우나 인공증설은 인공씨를 이용하는 것이다. 아직 빗방울이 형성되지 않은 구름에 인공적인 구름씨를 뿌려 구름에 있는 수증기를 물방울로 응결시켜 비나 눈으로 내리게 하는 것이다. 구름 온도에 따라 사용되는 구름씨도 달라지는데 차가운 구름에는 요오드화은(AgI)과 드라이아이스가 많이 사용된다. 따뜻한 구름에는 흡습성 물질(NaCl, CaCl2)이 주로 사용된다. 구름씨는 소형 로켓을 발사하거나 항공기에서 직접 분사하는 방법이 있다.
현재 기상조절 기술 연구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중국·러시아·일본 등 37개국에서 150여개 프로젝트로 진행 중이다. 필요에 따라 비를 내리게 하는 인공 강우 기술이 주도적이며 우박 억제(hail suppression) 연구도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기상 조절 기술이 가장 앞선 나라는 미국과 중국이다. 미국은 연간 약 1000억원 규모의 예산을 운용해 인공강우, 안개저감, 강수억제 기술을 운용하고 있으며 관련 기초연구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텍사스 주에서는 수자원 확보를 위한 인공 강우 실험을, 서부 노스다코다 지역에서는 우박으로부터 농작물 피해를 줄이는 우박 억제 실험을 실시하고 있다. 미국의 발표에 따르면 연 평균 약 20%의 비를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중국에서는 지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전 대기오염 개선을 위해 인공 강우 실험을 실시했다. 올림픽 개막식과 폐막식에는 비를 억제하는 기술을 선보였다. 역간 804억원 예산에 3만7350명이 연구 인력으로 투입되는 기상 조절 기술 강국이다.
기상 조절 분야에서 우리는 아직 앞장서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국립기상연구소를 중심으로 인공 증설 기술개발에 한창이다. 이철규 국립 기상연구소 박사는 “인공증설 분야는 선진국 기술의 40% 까지 따라왔다”며 “안개 저감 기술 연구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19회의 항공실험을 실시했으며 성공률은 평균 42%에 달한다. 이철규 국립기상연구소 박사는 “5~6년 안에는 독자적인 기상조절 기술의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평창 올림픽 때는 실제 인공 증설 기술을 사용하는 것이 목표다”고 밝혔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