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연하장

 연하장(年賀狀)은 19세기 영국과 미국에서 처음 등장했다. 원래 크리스마스 카드를 주고받던 것에서 며칠 후의 신년인사까지 겸하며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는 조선시대 새 해 인사를 직접 전하지 못하던 양반가에서 사람을 시켜 문안을 드리고 기록을 남기는, 연하장 비슷한 세함(歲銜)이라는 것이 있었다.

 초기 연하장은 안녕을 기원하는 텍스트 위주였다. 시대가 바뀌면서 주고받는 사람의 직업이나 당해 연도의 특징, 사회적 관심사 등을 반영하고 이미지도 추가됐다. 문구는 보다 압축적으로 정형화돼 왔다. 하지만 하얀 속지에 멋진 그림을 배경으로 의미 있는 문장을 적어 우편으로 보내는 형태는 20세기 말까지 이어졌다.

 21세기 디지털 연하장은 불과 10여 년 전부터 등장했다. 전달 방식과 통로의 변화 속도는 놀랍다. 수기와 우편에서 e메일로, 단문메시지(SMS)에서 SNS 기반의 첨부 파일로 변했다. 형태도 2D 이미지를 곁들인 e메일과 SMS에서 3D 영상을 매치한 동영상 주류다.

 올 해도 어김없이 연하장이 쏟아지고 있다. ‘빠밤빰빠밤~’하는 벨소리가 우편함의 흰색 봉투와 받은 편지함의 연하장 도착 소식을 대체했다.

 문방구에서 마음에 드는 연하장을 골라 형광펜으로 색칠해 만들어 보내던 시절이 까마득한 옛일 같다. 몇 해 전까지 PC 앞에서 잠시 가졌던 연하장 전송 타임도 전철, 버스, 연말 회식자리의 리얼타임으로 변했다.

 디지털, 유비쿼터스, 스마트로 이어지는 첨단 IT는 빠르고 편리하다는 것이 최대 강점이다. 빠르고 편리한 것도 좋지만 그만큼 쉽게 지나치거나 놓치는 것이 많다.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며 ‘주위 감사한 사람에게’ ‘직접 인사를 건네지 못할 때 대신 사용하는 수단’이 연하장이다.

 한두 번의 단축키로 여러 사람에게, 그것도 형식적 문구를 끼워 넣은 디지털 연하장은 고맙기 보다는 귀찮은 소식으로 전해질 공산이 크다.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지만 고마운 분을 떠올리며 한 줄씩 정성껏 적어 보내는 연하장의 본뜻까지 변질되면 되겠는가.


부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