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취업률에 목매는 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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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식과 학문의 전당’ ‘진리의 상아탑’. 1970~1980년대 대학을 다닌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흔한 얘기다. 하지만 요즘 대학생에게는 시쳇말로 듣도 보도 못한 ‘듣보잡’으로 들릴 것이다.

 현재 대학은 산학협력과 취업률, 기업 맞춤형 인재양성의 요람이라고 표현하는 게 더 어울린다. 취업이 바늘구멍보다 작게 느껴지는 요즘 학생에겐 대학이 지식과 학문의 전당이 아니라 취업의 전당이길 바랄 뿐이다. 이런 세태를 반영하듯 정부도 취업자 수로 대학을 평가하고, 대학도 취업률에 목을 맨다.

 정부는 취업률이 낮은 대학은 앞으로 재정지원에서 소외시킨다는 방침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부 대학에서는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갖가지 편법을 동원하고 있다.

 최근 영남권 모 대학은 전체 졸업생의 8%이상을 교내에 취업시켰다고 했다가 나중엔 취업률을 높이기 위한 몇개월짜리 ‘반짝 채용’이라는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일으켰다.

 일부 대학에서는 취업대상자 숫자를 줄이는 방법으로 취업률을 높여보려고 학생에게 사이버대학에 학점을 신청하도록 유도하는 ‘잔머리’를 굴리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취업률을 높이기 위한 편법이 도를 넘고 있다.

 대학 구조조정도 취업률에 휘둘리기는 마찬가지다. 취업이 잘돼 이른바 잘나가는 학과는 정원을 늘리지만 취업률이 낮은 학과는 통폐합 대상이다. 피해를 보는 곳에는 IT관련학과도 포함돼 있다.

 대구지역 모 IT관련학과 교수는 대학의 학과 폐지 및 통폐합 대상으로 IT관련 학과가 0순위라고 했다. 각 학교마다 특성화 분야가 있을진대 취업률 중심으로 학과를 개편하다보니 중단기적으로 취업자 배출이 적었던 학과가 피해를 보고 있다며 볼멘소리를 했다.

 ‘나는 가수다’에 출연했던 장혜진 한양여대 실용음악과 교수도 최근 기자회견을 통해 취업률이라는 잣대는 예술가가 겪어야 하는 지난한 성장과정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처사라고 했다. 특성화 대학이 지닌 본질적인 가치를 무시한 채 취업률이라는 천편일률적 잣대만을 들이대다 보니 폐해가 많다는 소리다.

 와중에 그나마 취업률 평가가 잘 나온 대학은 총장이 직접 나서서 취업률 자랑하기에 침이 마른다. 언론에서조차 대학이 던져준 취업률 1위 자료를 여과 없이 퍼 나른다.

 취업률은 물론 일자리가 부족한 요즘 학생들이 대학을 선택하는 기준이 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취업률이 대학 교육의 질과 비례한다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대학의 자구노력이 절실하다. 취업률 분위기에 편승해 지식과 학문이라는 대학 본연의 가치와 역할을 저버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교육 서비스 질을 높이기 위해 정부와 학교 당국의 노력이 참으로 아쉽다.


 정재훈 전국취재팀 부장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