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경제침체 기간 동안 ‘제조업의 왕국’ 일본과 ‘중소기업의 메카’ 대만과의 격차를 더 넓히고 있다. 일본은 슈퍼엔고와 대지진 등 악재가 겹치면서 기초체력이 현저히 떨어졌다.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일본 전자산업은 지난 2009년 일본 9대 전자기업 영업이익을 모두 합친 것이 삼성전자 단일 기업보다 못하면서 충격에 휩싸인데 이어 최근에는 ‘답이 보이지 않는다’고 얘기할 정도다.
한국을 벤치마킹했던 대만은 기술력 저하가 글로벌 경제침체와 맞물리면서 국내 기업과의 힘겨루기에서 한참 뒤로 밀려났다.
국내 기업들의 D램, LCD, 휴대폰, TV 부문에서 사상 최대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 중이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는 우리 기업들이 치킨게임에서 사실상 승리하면서 일본과 대만 기업들을 멀찌감치 떨어뜨려놨다. 앞선 미세공정 전환과 시장 대응력 강화로 시장 지배력을 높여 이제는 넘볼 수 없는 위치까지 도달했다.
TV와 LCD는 연계 효과 혜택을 톡톡히 봤다. 비록 적자를 기록 중이지만 LCD는 50%가 넘는 시장 점유율을 기록 중이다. 두 분야의 결합 경쟁력은 경기 불황의 위기에도 국내 기업의 안정된 성장세를 뒷받쳐주는 기둥이 됐다. 휴대폰도 위력을 발휘했다. 휴대폰 1등 기업인 삼성전자는 세계 시장에서 주목을 받으며 애플의 유일한 대항마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경기 불확실성이 높은 내년에도 올해 승기를 확실하게 잡은 이들 품목의 기상도는 ‘매우 맑음’이다.
메모리 반도체는 이미 기술 격차가 벌어진데다 우리 기업들의 선행 투자까지 이어지면서 내년에도 점유율은 계속 상승할 전망이다. 일부 대만 기업들이 사업을 철수하고 일본 엘피다의 감산이 다시 이어질 경우, 우리 기업들의 시장 점유율이 내년 초부터 70%를 넘어서 실질적인 경쟁 시대는 막을 내릴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LCD 업계는 내년 상반기에 공급 과잉 및 패널 가격 하락이 바닥을 찍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우리나라 LCD 업계는 이보다 빨리 ‘턴어라운드’에 성공할 것으로 전망된다. 불황기에 확보한 점유율 격차도 당분간 유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내 TV업체의 위상은 내년 이후에 더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소니와 파나소닉, 필립스 등 주요 경쟁사들의 위축이 뚜렷하다. 스마트TV와 3DTV같은 프리미엄 제품을 주도하고 있는 것도 국내 기업이다. 애플TV와 구글TV 등장이라는 변수가 있지만 그동안 쌓아온 TV산업에서 쌓아온 경쟁력이 쉽게 훼손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휴대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강세는 여전히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폰 1위 자리를 당분간 유지하면서 애플을 꾸준히 견제할 전망이다. LG전자도 LTE폰 확대로 회복세를 보이면서 명가 자리를 되찾아갈 것으로 예측된다.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