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D 편광판 핵심소재인 ‘트리아세틸 셀룰로오스(TAC)’ 필름을 본격 국산화하기 위한 노력이 가속도를 내고 있다. TAC 필름은 일본 후지·코니카 양사가 세계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면서 지금까지 국내 소재 업계에는 난공불락의 요새였다.
LCD 소재 가운데 최고 부가가치 품목이어서 한해 우리나라가 일본에서 수입하는 금액만 10억달러를 웃돈다.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업체 가운데 유일하게 TAC 필름을 양산 중인 효성은 기존 모니터향 제품에 이어 내년부터 TV향 제품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앞서 효성은 지난 2006년 독일 아그파 필름 사업부를 인수한 뒤 1300억여원을 투입, 연산 5000만㎡ 규모 생산능력을 갖춘 TAC 필름 라인을 지난 2009년부터 가동했다.
지난해 말부터는 국내 LCD 패널 업체인 LG디스플레이에 모니터향 제품을 첫 공급하기 시작하며 TAC 필름 국산화 포문을 열었다.
효성에 이어 SK이노베이션이 TAC 필름시장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올 연말께 플레인 TAC과 광보상 TAC 필름을 함께 생산할 있는 연산 6000만㎡ 규모 전용 라인을 준공할 계획이다. 고객사 품질 테스트를 거쳐 이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상업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독자적인 원료합성·연속생산·설비제작 기술 등을 통해 만든 TAC 필름 시제품은 일본 제품과 비교해도 품질이 손색이 없다”면서 “양산에 성공한 뒤 TAC 필름 사업을 꾸준히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TAC 필름은 LCD 편광 기능을 구현하는 폴리비닐알콜(PVA) 층을 보호하는 소재다. 높은 빛 투과율과 낮은 감속율·색전이 특성, PVA층과 뛰어난 접착력 등 까다로운 기능성을 요구하는 필름이다. 섬유·화학 소재 원천기술에서 생산 기술에 이르기까지 진입 장벽이 높고 막대한 설비 투자도 소요되는 탓에 그동안 일부 대기업 외엔 시장을 넘볼 수 없었다.
이처럼 TAC 필름 국산화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LCD 업황이 악화된데다, 일본 후지·코니카 시장 지배력이 워낙 절대적이어서 당분간 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실제 후지필름만 해도 연간 생산능력이 6억㎡를 웃돌고, 코니카도 3억㎡에 육박한다.
우리나라 후발 소재기업이 TAC 필름시장에 공세적으로 진입할 경우 시장 독과점적 지위를 앞세워 되레 국내 고객사을 압박할 가능성이 큰 셈이다.
LCD 업계 관계자는 “국내 LCD 산업이 되레 일본 TAC 필름 공급업체의 ‘을’이 돼 버린 지 오래다”면서 “이제 막 TAC 필름시장에 후발 주자로 뛰어드는 상황에서 시황마저 부진해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