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 임기내 골드만삭스와 같은 초대형 글로벌 투자은행(IB) 도입을 목표로 추진중인 자본시장법 개정안 국회처리가 안갯속에 갇혔다.
연내 본회의 통과가 불투명해진 것은 물론, 내년 법 시행을 통한 초대형 IB 출현도 지연되거나 최악의 경우 무산될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24일 국회와 관계 기관 등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내달 초 IB 도입을 골자로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일정대로 국회에 제출할 방침이지만, 처리 과정은 가시밭길이 예상됐다.
우선 정무위원회 소속 위원들의 견해가 부정적으로 기울고 있다. 미국식 금융자본주의를 비판하는 전세계적 움직임이 들끓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식 종합 금융·투자사업을 모델로 삼은 법 시행에 대한 정치적 부담을 크게 느끼고 있다.
정무위원회 소속 한 의원실 관계자는 “1% 탐욕에 대한 99%의 저항이 거세지고 있는 마당에, 1%를 향한 자본투자업 회사들의 자본 확충경쟁과 덩치게임만 부추기는 상황으로 가선 안된다”며 “원래 바라던 자본시장 선진화와 경쟁력 강화도 멀어질 수 있다”고 부정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최근 골드만삭스가 3분기에도 4억달러에 가까운 적자를 내며 2분기 째 추락한 실적을 내놓은 것도 시장에 미묘하게 작용하고 있다. 이미 기존 초대형 IB의 수익 모델은 실패했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는 것이다.
한 금융권 전문가는 “골드만삭스 모델은 전세계적 경기 침체 및 투자 악화와 맞물려 재고해봐야할 시점에 이르렀다”며 “금융에도 새로운 모델의 등장과 한국형 자본시장의 차별화된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개정안을 내놓자 마자, 최소 자본금 3조원에 맞추려고 유상증자 등 자기자본 확충에 열을 올리고 나섰던 메이저 증권사들은 떨뜨름해졌다.
법 추진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당장 자본금 끌어오기가 부담스러워진 것이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꼭 IB형 사업 진로가 아니더라도 자본금이 확보돼 있으면 여러 기회를 노릴 수 있다”며 “다각적인 성장모델을 찾고, 그 가운데 하나로 IB도 고려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호·이경민기자 jho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