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시즌을 맞아 업체 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삼성전자가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발표한 반면에 애플은 스마트폰 판매부진으로 기대치(?)에 못 미치는 결과를 내놓았다. 10%(4조2000억원)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삼성전자보다 31%(10조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애플 실적이 실망스럽다니 그만큼 애플에 대한 시장 기대치가 높다는 방증이다.
기업 실적은 몸담고 있는 산업의 분위기에 따라가기 마련이다. LCD업계가 대표적이다. 공급과잉과 수요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LCD업계는 모두 적자를 지속하고 있다. 삼성전자, LG디스플레이 등 세계 1, 2위 기업이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대만 AUO, CMI 등도 더 큰 폭의 적자가 예상된다.
그러나 같은 분야에 몸담고 있다고 하더라도 극단적인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PC와 관련된 반도체 업계가 대표적이다. 메모리 업계는 거의 울상이다. 하이닉스는 3년 만에 분기 적자가 예상된다. 세계 3위의 D램 기업인 엘피다는 마이너스 70%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대만기업들은 판매한 금액보다 더 많은 적자를 내는 악순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반면에 CPU업체인 인텔은 같은 기간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인 143억달러 매출과 51억달러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부진한 PC수요 탓에(엘피다)’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한 노트북PC 수요덕분(인텔)’이라고 같은 시장을 놓고 전혀 다른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이러한 희비는 기술력과도 상관있지만 결국 누가 시장을 얼마나 지배하는가와 관련이 있다. 독점적인 지위를 지키고 있는 인텔은 시장상황과 큰 상관없이 원하는 수준의 이익을 실현한다. 가격결정권이 있기 때문이다. D램 업계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공급 수요 원칙에 충실하게 따라간다. 시장에서 결정된 가격을 따라간다. 1위 업체라 하더라도 40%의 점유율로는 시황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구조다.
애플이 아이폰 첫 출시 후 4년 만에 휴대폰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꿨듯이 반도체 산업에도 큰 변화가 다가오고 있다. 이르면 3년, 늦어도 5년 이내에 지금과 같은 미세공정기술 경쟁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 듯싶다. D램은 20나노 부근에서, 낸드는 15나노 부근에서 물리적인 한계에 도달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를 대신할 새 메모리를 선보이거나 물리적인 한계를 뛰어넘는 제품을 내놓는 자가 시장을 장악하게 된다. 인텔도 앞으로는 이전과 같은 독점적인 지위를 보장받기 어렵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8부터는 ARM 계열의 CPU도 지원키로 했기 때문이다.
이건희 회장은 지난달 16라인 가동식에서 “더욱 거세질 반도체 업계발 태풍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40년간 신화를 써온 국내 반도체 산업이 하늘만을 바라보는 천수답을 벗어날 절호의 기회가 다가오고 있다.
유형준 부품산업부장 hjyo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