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소금속이 연일 언론을 장식하며 자원계를 넘어 국제적인 이슈로 부상한지도 벌써 몇 년이 지났다. 중국 등 주요 희소금속 보유·생산 국가는 자국의 생산량을 통제, 세계를 압박하고 있고 이로 인해 세계 전역에서 희소금속 개발 및 자급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 중이다.
특히 희소금속이 2차전지·풍력발전기 등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신사업의 필수원료라는 점에서 전략적인 확보가 더욱 시급한 상황이다. 전자신문은 한국생산기술연구원과 공동으로 총 3회에 걸쳐 희소금속의 확보와 관련 기술의 현황을 짚어보고 우리나라가 나아갈 방향을 모색해본다.
◇희소금속이 왜 중요한가=CCFL램프 제조업계는 심각한 위기 상황에 직면해있다. CCFL램프의 원료가 되는 형광체의 가격이 폭등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CCFL램프의 구매처에서는 분기별로 10% 이상 공급가를 낮추라는 압력을 받고 있다.
실제로 CCFL램프의 원료가 되는 형광체의 가격은 수년전 1㎏당 80달러 선에 공급되던 것이 최근 800달러까지 치솟았다.
형광체를 제조할 때 필요한 란탄·세륨·터븀 가격이 과거에 비해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이 이유다.
세륨 등 1kg당 100달러 선에서 공급되는 금속은 그래도 사정이 괜찮은 편이지만 1kg당 2000달러가 넘는 터븀 등은 과거에 비해 수십배 가격이 오른 상태여서 업계를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여기에 앞으로 가격이 얼마나 더 치솟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은 관련 사업을 계속 진행해야 하느지, 말아야 하는지를 고민하게 할 정도라고 이 업계 관계자는 말한다.
이뿐만 아니다. 현재 사무실과 방안을 밝히고 있는 형광등 조명 가격 또한 형광체 원재료인 세륨·유로퓸·터븀·이트륨 등의 가격이 급등하면서 약 30%가량의 가격 인상 압박을 받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희소금속의 일종인 희토류라는 금속의 가격이 급등하면서 일어난 일이다. 더욱이 전기자동차, LCD패널 투명 전극, 발광 다이오드, 2차전지, 풍력발전터빈 등 희소금속 및 희토류를 원료로 사용하는 주요 산업을 세계 각국이 신성장 동력으로 선정한 상태에서 희소금속 확보는 국가 경쟁력과도 직결된다.
상황은 녹록치 않다. 희소금속 및 희토류 주요 생산국가인 중국이 전략적인 자원확보·보호정책을 펼치면서 이들 금속을 확보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돼 버렸다.
중국이 주요 금속에 대해 관리 광종 지정-수출량 제한-세금조치-자국 광물 보호 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은 이제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실제로 2006년 이후 수출관세 인상과 2007년 해외 기업 채굴 금지를 거치면서 2년간 중국 수입단가는 망간과 타이타늄이 64.7%와 40.5%, 백금이 158.3% 상승했다.
희토류는 말할 것도 없다. 환경보호와 자국 산업 보호를 이유로 생산을 억제하고 수출 물량까지 제한하면서 희토류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희소금속 확보…아직은 걸음마=정부는 지난해 녹색기술산업·첨단융합산업 등의 신성장동력 산업과 로봇응용·LED응용·시스템반도체·차세대 디스플레이·그린카 등이 포함된 신성장 동력 스마트 프로젝트를 발표한 바 있다. 문제는 정부가 계획하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이들 사업의 원료가 되는 희소금속 또한 확보해야 한다는 점이다. 현저히 낮은 희소금속의 자급률을 안정적으로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리튬·마그네슘·니켈·타이타늄·백금 등 총 35종(56개 원소)을 희소금속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고 이중 리튬·크로뮴·망간·몰리브덴·코발트·텅스텐·인듐·희토류·마그네슘·타이타늄을 10대 희소금속으로 지정, 특별 관리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광산물 수급현황 상 내수 규모가 큰 8대 희소금속 광물 중 니켈·코발트·크로뮴·텅스텐·백금 등의 자급률이 제로(0%)에 가깝다는 현실을 감안하면 아직 갈 길은 멀기만 하다.
비축과 자원개발을 통한 희소금속 확보와 도시광산 사업을 통한 재활용에도 역점을 기울이고 있지만 현재 상황은 걸음마 단계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부는 수입의존도가 높은 희유금속 9개 광종에 대해 2016년까지 국내 수요량의 60일분(7만4000톤)을 비축한다는 계획을 수립해 놓고 있지만 아직 성과가 없는 상황이다. 자원개발 또한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점에서 불안하기만하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희유금속 비축량은 일본의 5.6%에 불과했다.
희소금속 확보의 현실적인 대안으로 손꼽히고 있는 도시광산 사업 또한 제련·소재화 기술이 미흡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만 보더라도 니켈·마그네슘·코발트·텅스텐 등 주요 희소금속 스크랩 수출량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니켈은 2009년 약 9241톤 수출됐으나 지난해 1만7460톤가량 해외로 빠져나갔다. 코발트는 2009년 364톤에서 지난해 547톤으로 수출량이 부쩍 늘어났다. 몰리브덴 또한 2009년 434톤이었던 수출량이 지난해 647톤으로 늘어났다.
폐기물 또는 공정 부산물에서 발생한 주요자원을 회수하지 못해 해외로 수출한 결과다. 이들 자원이 일본 등 주요 도시광산 선진국으로 들어가 다시 비싼 가격의 소재형태로 수입된다는 사실 또한 현재로서는 가만히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니켈 스크랩은 니켈합금 스크랩 재활용 기술과 분리정제 기술이 취약한 상황이고 몰리브덴 또한 회수 및 재활용 기술 개발이 진행되고 있지만 상용화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 타이타늄도 일부만 재활용되고 있으며 탄탈 또한 제조공정 이외 제품에 함유된 것은 전량 해외로 반출되고 있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니켈을 비롯한 희소금속 자원순환율은 50%에도 못 미친다. 자원순환율은 희소금속이 사용 후 재자원화해 다시 생산 공정에 투입하는 비율이다. 해외에 유출되거나 폐기되는 주요 금속자원을 재자원화하면 연간 62만1600톤을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연간 1조6300억원의 수입대체 효과를 유발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갈길 멀지만…승산있다=최근 정부와 산업계가 희소금속 확보를 위해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희소금속 확보를 위한 자원개발사업에 뛰어들거나 도시광산 사업에 참여하는 기업들의 행보가 이어지면서 분위기는 조성된 상황이다.
현대자동차는 올해 초 친환경차의 원료가 되는 희토류 등의 해외자원 개발 사업에 진출하기 위한 사전작업으로 ‘국내외 자원개발과 판매업’을 정관에 새롭게 추가했다.
친환경 자동차 사업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희토류를 비롯한 주요 자원개발에 직접 뛰어들어 안정적인 원재료 확보 기반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와 함께 이미 사용한 가전·자동차 등에서 재활용 할 수 있는 희소금속 추출, 다시 가공하는 도시광산 사업에 참여하는 기업 또한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해 광물자원공사와 함께 희토자성재료업체인 중국 포두영신희토유한공사(이하 영신희토사)의 지분을 인수하고 본격적인 희토류 확보전에 뛰어들었다.
이와 함께 나인디지트·리코금속 등 희소금속 및 도시광산 기업을 인수해 본격적인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LS니꼬는 아예 회사의 명운을 도시광산 사업에 걸었다. 2020년까지 도시광산 사업에서만 매출 목표를 7조원으로 잡고 GRM·토리컴·화창 등 계열사를 중심으로 관련 사업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우리와 산업구조 및 자원보유 현황이 비슷한 일본의 경우 마쓰시타 에코테크놀로지 센터가 지난 2008년 폐가전제품 중 재활용할 수 없는 혼합물을 소각하지 않고 금속만 회수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도와홀딩스도 지난 2008년 5340억엔의 총 매출 가운데 도시광산으로만 730억엔(14%)의 매출을 올리는 등 부러운 상황을 연출하고 있지만 세계 최고의 제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가능성은 충분한 상황이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