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삼성-애플 특허 확전]부품과 특허전쟁은 분리...마지노선 넘으면 애플 전략 선회할 수도

 삼성전자와 애플이 치열한 특허전쟁을 벌이면서 그 불똥이 부품공급 문제로 번질 것이라는 항간의 예상과 달리 특허전쟁과 부품공급은 일정 거리를 두고 있다. 그러나 특허 전쟁이 마지노선을 넘을 경우 삼성과 애플간 부품공급 관계도 영향권에 접어들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은 19일 귀국하면서 애플과 반도체 부품 공급은 협력 관계가 지속될 것이라는 발언을 내놨다. 이날 신종균 무선사업부 사장이 홍콩에서 애플과 특허전에서 파상공세를 선언한 것과는 사뭇 다른 입장이다. 이 사장도 부품 협력과는 달리 특허와 관련해서는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이라는 입장이다.

 삼성전자 측은 이 사장 발언이 ‘부품 협력’과 ‘완제품 경쟁’을 분리해서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라고 해석했다.

 올 들어 애플이 삼성전자와 껄끄러운 관계를 의식해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공급을 대만 TSMC로 전환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았다. 그러나 이번 발언으로 협력관계는 별다른 영향이 없다는 것을 재확인한 셈이다.

 이 사장은 이날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애플과의) 부품공급은 내년까지 그대로 할 것”이라며 “2013년 이후에는 어떻게 더 좋은 부품을 공급할 지에 대한 이야기를 팀 쿡 애플 CEO와 나눴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와 애플 간 부품공급이 시장 우려와 달리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뜻이다.

 삼성전자 관계자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애플의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독점공급 계약이 내년 4분기까지 체결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5에 이어 아이폰5, 아이패드3에 사용될 A6 역시 삼성전자가 공급한다. 내년까지 부품공급이 유지될 것이라는 이 사장 발언은 이미 계약을 통해 확정된 내용을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심은 독점 계약 완료 이후로 집중되고 있다. 팀 쿡 CEO와 논의한 ‘더 좋은 부품’을 놓고 주로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에 관한 내용으로 풀이된다. A6까지는 삼성전자가 공급하되 이후에는 공급선 변동 가능성도 열어놨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러나 업계는 삼성의 대안으로 지목된 대만 TSMC가 28나노 공정 전환이 예상보다 늦어져 삼성전자에 비해 3~4개월 뒤쳐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 수율도 기대만큼 나오질 않아 내년 말 애플 공급도 현재로서는 불확실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연말 30나노급 1.5㎓ 쿼드코어 AP를 내놓고 내년 1분기 말에는 20나노급 2㎓ 쿼드코어 AP까지 선보일 예정이다.

 D램이나 낸드플래시 역시 삼성전자가 40% 가까운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고 가격이나 성능, 물량 공급 등에서 경쟁기업과 차별화된다. 애플은 부품업계에 가장 큰 고객이지만 가장 짠 고객이기도 한 만큼 2위 업체들이 애플과 거래를 확대하는 것도 쉬운 결정은 아니다.

 삼성이 밉더라도 애플이 부품공급에서는 삼성전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그러나 특허 전쟁이 마지노선을 넘을 경우 애플입장에서는 특단의 조치를 취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이 역시도 짧은 기간에 이뤄지기보다는 시간을 두고 서서히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m,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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