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가 경영권을 가진 대기업 집단일수록 내부거래비중도 높아 계열사 물량몰아주기를 통한 부의 대물림이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17일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김동수)는 43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이하 대기업집단)의 계열회사간 상품·용역 거래 현황(이하 내부거래현황)을 처음으로 분석, 공개했다.
조사에 따르면 대기업집단 전체 매출액(1201조5000억원) 중 계열사에 대한 매출액(144.7조) 비중(이하 내부거래비중)은 12.04%로 집계됐다. 전체 비상장사(867개사) 내부거래비중은 22.59%로 상장사(216개사) 8.82%보다 13.77%포인트(P) 높았다.
이 가운데 총수있는 집단(35개)의 내부거래비중은 12.48%로 총수없는 집단(8개) 9.18%보다 3.30%포인트 높은 수준으로 조사됐다.
특히 총수일가 지분율이 30% 이상인 계열회사(144개사) 내부거래비중은 17.90%로 30% 미만인 계열회사(831개사) 12.06%보다 5.84%포인트 높았다. 총수일가 지분율이 50%이상인 계열회사(83개사)와 100%인 계열회사(34개사)의 내부거래비중은 각각 34.65%, 37.89%로 전체 평균보다 3배 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뉴스의 눈
이번 대기업 집단의 내부거래 비중 조사 결과는 대기업의 계열사 물량몰아주기가 심각한 수준임을 말해준다. 조사결과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집단은 STX(23.49%), 현대자동차(21.05%), OCI(20.94%) 순이었다. 금액으로는 삼성이 35조300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현대자동차(25조1000억원), SK(17조4000억원), LG(15조2000억원), 포스코(10조5000억원) 등의 순이었다.
계열회사별로는 사업서비스업 회사의 내부거래 비중이 특히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내부거래비중이 높은 업종 중 대기업 계열의 컴퓨터프로그래밍, 시스템 통합관리 등의 SI업체와 광고대행 등 전문서비스 업체의 비중이 높았다.
실제 컴퓨터프로그래밍, 시스템통합관리업체 38개사의 내부거래 비중이 61.18%에 달했다. 이 업체들은 총수일가지분이 30%를 넘고, 내부거래비중도 30%를 넘는 회사만 10개에 달했다.
KT디에스(99.81%), 현대오토에버(85.38%), GS아이티엠(80.77%)은 내부 거래 비중이 독보적이었다. 총수일가 지분율이 높을수록 내부거래비중도 높았다.
일부 수직 계열화된 회사는 특정 계열사나 거래회사 간 업종이 같은 전·후방 연관관계가 인정됐지만 대부분의 회사는 거래회사 간 업종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수일가나 계열사 지분율이 높은 회사이기 때문에 특혜를 받고 있다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이유다.
이같은 내부거래는 상장여부, 업종, 수직계열화여부, 지분율, 회사규모에 따라 양상이 다르므로 일률적인 접근이 곤란하지만, 총수일가 지분율이 높고 규모가 작은 비상장사 내부거래비중이 높다는 사실은 재산 증식을 위한 물량몰아주기 개연성이 존재함을 의미한다.
공정위는 “총수일가가 상대적으로 내부거래에 용이한 소규모 비상장사를 설립(지분취득)한 후 계열사들이 물량을 몰아줄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SI, 부동산, 도매, 광고 등 특정업종에서 문제의 소지가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표1>민간 대기업집단의 내부거래 비중 (10년말 기준, 단위 : %, 조원, 개사)
<표2>내부거래비중이 높거나 낮은 기업집단 현황
(10년말 기준, 단위 : %, 조원)
<표3>계열사지분율에 따른 내부거래비중 현황
(10년말 기준, 단위 : %)
<표4>총수일가지분율에 따른 내부거래비중 현황(총수있는 집단)
(10년말 기준, 단위 : %)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