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5 전국 정전사태 때 비상 발전기 열에 여섯(60%)이 제구실을 못한 것으로 지적됐다. 충격적이다. 이랬으니 산모를 비롯한 시민 2905명이 갑자기 멈춘 승강기 1902대 안에 갇혀 떨 수밖에 없었다.
한국전기안전공사가 올 1월부터 8월 31일까지 전국 1만3518개 시설물에 설치된 비상 발전기를 조사했더니 9.4%인 1268개만 작동이 안 되는 상태였다. 그렇다면 90.6%인 1만2250개는 제대로 작동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기계적 결함이 없음에도 비상 발전기의 60%가 무용지물이었다면 이것은 사람이 부른 재난이다. 실제로 기계는 말짱했는데 관리자가 작동법을 모르거나 “비상 발전기를 운용할 필요가 없다”고 인식하는 이가 많았다고 한다.
심각한 안전 불감증이다. 정부도 비상 발전기 유지보수·운용 규정조차 마련하지 않았다니 어리둥절하다. 시설물 준공 허가를 내줄 때 비상 발전기를 한번 살펴본 뒤로는 아예 눈을 뗐다는 얘기다. 민·관이 함께 총체적 정전 난국을 부른 꼴이다.
미국에서는 일주일에서 6개월마다 비상 발전기를 검사·유지보수하게 강제한다. 짧게는 두 시간, 길게는 이틀씩 발전기를 가동해가며 성능을 낱낱이 살핀다. 설비 관리자를 위한 정기 교육도 의무화했다. 미국의 세심한 비상 발전 체계를 들여다보고 있자니 우리의 안전 불감증이 더욱 부끄럽다. 무엇이 잘못됐는지 서둘러 점검해야겠다.
비상 발전기는 최소한 화재 진압이나 인명 구조용 설비를 20분 이상 작동할 전력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재난으로부터 시민 생명을 지킬 마지막 보루인 셈이다. 올바른 비상 발전기 관리체계를 갖췄더라면 9·15 전국 정전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시민을 보호하는 일이다. 하루빨리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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