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출시된 안드로이드폰 가운데 십중팔구는 구글 검색창만 사전 탑재돼 구글의 불공정거래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LG전자·팬택 등 국내 스마트폰업체가 지금까지 출시한 안드로이드폰은 30여종에 달한다. 이 가운데 구글 이외에 다른 검색창이 탑재된 스마트폰은 LG전자의 ‘옵티머스Q’ 1종과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불과하다. 옵티머스Q에는 첫 메인화면에 구글 검색창을 먼저 탑재한 뒤 다음 화면에 네이버 검색창이 탑재돼 출시됐다. 삼성전자 안드로이드폰에는 구글 이외에 네이버·다음·야후코리아·네이트 등의 검색엔진이 탑재돼 있으나, 처음에는 구글 검색엔진으로 세팅돼 있다. 설정에서 다른 검색엔진을 바꿔야만 다른 검색엔진을 이용할 수 있다.
모토로라·HTC 등 국내 출시된 외산 안드로이드폰도 상황은 똑같다. 구글 검색창 이외에 네이버나 다음 검색창을 선탑재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
검색창을 제외하고는 SK텔레콤이 출시한 옵티머스 2X·옵티머스 3D·갤럭시S2 등 일부 스마트폰에 포털사이트 네이트에 접속할 수 있는 앱이 선탑재된 경우는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6일 구글을 압수수색한 것도 이 같은 현황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지금까지 국내 출시된 안드로이드폰 현황만 놓고 보면 구글이 안드로이드 운용체계(OS)를 사용하는 제조사나 통신사에 압력을 가했을 개연성은 매우 높다는 것이다.
국내 휴대폰 제조사와 통신사들은 이에 대해 공식적인 답변은 거부하고 있다. 구글이 구글 검색창 이외에 다른 검색창을 탑재하지 못 하도록 압력을 가했다는 것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다.
다만 구글 인증의 효율성을 위해 구글 검색창 선탑재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제조사 한 관계자는 “일부 통신사와 제조사가 구글 이외 다른 검색창을 올려 구글 인증을 신청했으나 승인이 지연되자 아예 이들 검색창을 빼고 승인을 받은 경우가 있다”며 “구글 검색창의 경우 안드로이드 기본 프로그램에 선탑재돼 있기 때문에 손쉽게 적용할 수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라고 말했다.
통신사 한 관계자는 “신규 안드로이드폰을 출시할 때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할 때도 일일이 구글에 인증을 받아야 한다”며 “적시 마케팅이 중요한 스마트폰 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보다 쉽게 인증받을 수 있는 방향으로 자진 검열할 수밖에 없다”고 귀띔했다.
현재 국산 스마트폰 가운데 안드로이드폰 점유율은 99%가 넘는다. 국산 스마트폰 가운데 안드로이드폰이 아닌 것은 2009년 삼성전자가 내놓은 윈도폰 ‘옴니아’와 지난해 출시한 ‘바다폰’에 불과하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