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영향은 없지만 업계 촉각
중국이 자동차·가전용 모터에 들어가는 희토류 ‘디스프로슘’ 생산을 일부 중단했다. 희토류 자원을 무기화한 중국이 수출 통제에 이어 강도 높은 생산 중단에 나선 것이다. 국내 업계는 단기 영향이 적다고 하지만 희토류 수급이나 대체 소재 개발 등 더욱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대책이 시급하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디스프로슘 최대 생산지인 장시성 간저우시 인근 3개 광산이 생산을 멈췄다고 6일 보도했다. 디스프로슘은 고출력·고효율 모터 자석을 만드는 데 필수적인 희토류다. 에어컨과 휴대폰, 하드디스크 등 전자 제품뿐 아니라 하이브리드카에도 들어간다. 중국 정부의 강력한 수출 통제로 이미 디스프로슘 가격은 ㎏당 3100달러 수준이다. 1년 전에 비해 20배 폭등했다.
간저우시 당국은 난개발 방지를 위해 생산 중단 조치를 단행했으며 생산 재개 시점도 명시하지 않았다. 앞서 중국 정부는 올 초부터 희토류 광산 정비를 위해 통폐합 계획을 밝혔으며, 장시성 지역을 ‘국가 계획 광구’로 지정해 특별 관리해왔다.
주요 수요처인 국내 전자 업계는 일단 단기적인 영향은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모터용 자석 부품을 주로 공급받는 일본·중국 업체들이 상당량의 원소재 재고를 확보한데다, 장기 공급 계약으로 수급난을 해결해왔기 때문이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모터 업체들에 당장 직접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공급량 감소에 따라 발생 가능한 여러 변수들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량용 모터에 디스프로슘 자석을 사용하는 LG이노텍도 중국 현지 협력사들과 오는 2016년까지 장기 공급계약을 맺고 있어 단기적인 파장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가전제품을 생산하는 삼성전자·LG전자는 디스프로슘 대체 소재를 활용한 모터도 개발 중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중국 현지 거래 업체들이 장기 재고분을 보유해 현재로선 모터 가격에 영향을 줄 수준은 아니다”면서 “대체 부품을 개발해 양산에 활용할 수 있도록 테스트 중”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희토류 자원 통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범산업계와 국가 차원에서 장기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전기차산업협회 배효수 사무국장은 “디스프로슘은 BLDC 모터에는 반드시 필요한 소재”라며 “희토류 함량을 줄이거나 대체 소재를 이용한 모터를 개발하기 위해 등 대책을 강구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디스프로슘과 함께 냉음극형광램프(CCFL)용 희토류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 공급망을 위협하고 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산하 희소금속산업기술센터는 중국 내 2위 희토류 생산 업체인 국영 유색금속유한공사 측과 희토류 공급 및 기술 협력을 추진 중이다.
김택수 희소금속산업기술센터장은 “중국·몽골 등 희토류 자원 부국들과 민관 차원의 협력도 필요하다”면서 “더욱 근본적으로는 희토류 재활용이나 저감·대체 기술 개발 등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데 국가 차원의 관심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m,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