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플랫폼 패권을 누가 차지할 것인가. 삼성전자가 ‘삼성판 카카오톡’ 출시 계획을 밝히면서 메신저를 주축으로 한 모바일 플랫폼 왕좌경쟁이 불붙었다. 벤처기업·인터넷·통신사업자 등에 이어 휴대폰 제조사마저 가세, 영역 구분 없는 모바일 무한전쟁이 현실화됐다.
메시지 전쟁은 차세대 모바일 시장 주도권과 직결되는 만큼 이종 사업자 간 빅딜이나 합종연횡도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경계 없는 무한경쟁=삼성전자에 이어 애플도 가을 출시 예정인 차세대 ‘아이폰’에 무료 메신저 ‘아이메시지’를 탑재할 계획이다. 그동안 벤처-인터넷-통신 등으로 이어지던 대결 구도에 제조사까지 본격 가세하는 셈이다.
이용자 2200만명의 ‘카카오톡’이 독주해온 국내 모바일 메신저 시장 판도변화도 불가피하다. 현재 인터넷기업으로는 다음 ‘마이피플’과 네이버 ‘네이버톡’이 ‘타도 카카오톡’에 나선 상황이다. 통신사는 KT가 ‘올레톡’으로 무료 메신저 시장에 정면 승부수를 띄운 가운데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각각 ‘골드 인 시티’ ‘와글’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추격에 나섰다.
후발주자인 제조사와 통신사는 스마트폰 출시 전에 미리 탑재하는 ‘프리로드’와 오픈 앱스토어에 동시 배포하는 ‘양동작전’으로 단기간에 유저를 확대할 방침이다. 삼성전자와 애플은 국내를 포함한 전 세계 스마트폰 이용자를 대상으로 공략한다는 점에서 글로벌 SNS 기업과도 경쟁구도를 형성할 전망이다.
◇‘모바일 플랫폼 패권’ 동상이몽=이종 기업이 하나같이 시장 선점에 사활을 거는 것은 모바일 메신저와 SNS가 향후 모바일 플랫폼 전쟁의 킬러 서비스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유선 인터넷시대 ‘네이버’처럼 강력한 유저 관문(포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모바일 메신저 1위 ‘카카오톡’은 하루 1600만~1700만명이 접속한다. 네이버 하루 순방문자가 1500만여명인 것을 감안하면 이용자에선 이미 모바일 메신저가 앞지른 셈이다. 김범수 카카오톡 이사회 의장은 “카카오톡에서 오가는 메시지 수는 하루 평균 5억건으로 국내 통신 3사 가입자가 주고받는 문자메시지 전체를 합친 것보다 많다”고 강조했다. 이용자 풀이 확보되면서 모바일 광고·모바일 쇼핑 등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 접목도 속속 시작됐다.
카카오톡·마이피플 등 유무선 인터넷 서비스 기반 기업이 유저 풀을 확보해 이를 수익사업으로 연결시키려는 것과 달리 제조사와 통신사의 고민은 조금씩 다르다. 삼성과 애플은 이용자 확대로 △스마트폰 판매 확대 △스마트폰 고객 충성도 제고 등에 더욱 관심을 갖고 있다.
통신사는 반반이다. 프리미엄 서비스로 이용자 충성도를 높이는 한편 점점 위축되고 있는 통신료 매출을 서비스 중심으로 탈바꿈하려는 다중 포석의 성격이 강하다.
◇‘타도 카카오톡’ 합종연횡도 본격화=김범수 의장은 “카카오톡 가입자가 연말에는 3000만명을 넘어서고 내년에는 1억명 돌파도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기업에 머물지 않고 글로벌 SNS 기업으로 발돋움하겠다는 포부다. 당장 ‘마이피플’ ‘올레톡’ 등 대기업 서비스가 이용자 수에서 카카오톡 선점효과의 벽을 넘지 못하면서 자신감은 더욱 커진 양상이다.
하지만 통신사에 이어 글로벌 휴대폰 기업이 가세하면서 카카오톡의 미래가 불안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갤럭시S’ ‘아이폰’ 등 가장 많이 팔리는 스마트폰에 무료 메신저가 선탑재되면서 단번에 많은 유저 풀 확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향후 ‘S클라우드’ ‘아이클라우드’ 등 다양한 서비스와 연동되면 파괴력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인수합병(M&A) 컨설팅 업체 관계자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카카오톡 인수를 위해 통신사와 제조사가 적지 않은 관심을 가졌으나 요즘은 많이 시들해진 양상”이라며 “삼성까지 가세하면서 카카오톡 전망이 장alt빗에서 회색빛으로 바뀌는 분위기가 뚜렷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카카오톡 독주제체 향방이 국내 시장판도를 좌우할 전망이다. 카카오톡의 입지가 흔들리면 수면 아래 있는 ‘카카오톡 M&A’ 시도가 다시 고개를 들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톡의 독주가 이어지더라도 제조사와 통신사가 서비스 제휴로 ‘반 카카오톡 전선’에 나설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