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2009년부터 사내에서 각 분야 전문가를 선발해 연구개발 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해주는 ‘마스터’제도를 운영 중이다. 마스터는 최고 기술 전문가로 조직 관리에 대한 부담 없이 중장기적인 연구개발 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다. 반도체와 LCD 부문에서 시작된 이 제도는 전사로 확산됐으며, 벌써 3번에 걸쳐 선발했다.
이처럼 개발자가 개발자로 성공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것에 반도체 기업들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개발자로 성공할 수 있는 커리어패스를 만드는 것은 개발자 사기진작은 물론 기업 내 기술력 강화에도 필요하다. 개발자가 관리자로 성공하고 싶은 경우도 있지만 상당수는 개발자로 남아 있길 원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조직과 제도는 물론 성과 평가 기준도 마련돼야 한다.
31일 칩스앤미디어에 따르면 연구소 내에 기술기획팀을 별도로 구성할 방침이다. 이 회사는 비디오를 재생할 수 있도록 하는 반도체설계자산(IP) 전문기업이다. 칩스앤미디어 핵심 주력 개발자들은 1990년대 초반 학번들이다.
1990년대 들어 탄생한 MPEG 기술을 대학 때부터 접해온 이들은 세계 어디에서도 최고 기술자로 인정받는다. 이들이 10년 후에도 개발자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역할이 주어줘야 한다고 판단해 조만간 기술기획팀을 조성할 계획이다. CTO 외에 많은 개발자들이 기술 개발에 전념하면서 새로운 분야에서 기술을 발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라온텍은 개발자가 정년퇴임 시까지 개발만해도 성공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직급을 허물었다. 대표이사·연구소장 등 직책이 있긴 하지만, 향후 개발자가 연구소장 또는 임원이 되어야만 승진하게 되는 구조는 아니다.
직원부터 사장에 이르기까지 이름만 부르는 이 회사 문화는 이 같은 구조와도 연관이 깊다. 미국 아나로그디바이스(ADI)에서 분사한 이 회사는 ADI가 30년 이상 된 개발자들이 자신만의 노하우를 쌓으며 장인으로 활동하는 것을 롤 모델로 삼았다. 디지털과 달리 아날로그 분야는 노하우와 경력이 기술 격차를 만든다.
네오피델리티는 음향전문가를 육성 중이다. 디지털TV에 들어가는 오디오앰프 칩을 전문으로 하는 이 회사는 음향 분야 장인을 키우는 셈이다. 지금은 오디오 반도체를 전문으로 하고 있지만, 향후 다양한 오디오 분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새로운 사업이 도입된다고 해도 오디오 분야 전문가들은 이 분야 연구에 전념할 수 있다.
칩스앤미디어 김상현 사장은 “엔지니어는 엔지니어로 커리어를 키울 수 있도록 차세대를 개발하는 기술기획을 R&D내에 두려고 한다”며 “이런 커리어를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