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1년 경북 안동 출생인 김종갑 회장은 성균관대(행정학사·행정학박사)를 졸업하고 제17회 행정고시에 합격하며 공직무대에 데뷔했다.
상공부에서 통상 분야를 담당하면서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경영학 석사)과 인디애나대 대학원(경제학 석사·박사과정 수료)에서 수학했다. 상공자원부와 통상산업부·산업자원부를 거치면서 통상 분야와 산업기술·정책 분야를 두루 경험했다. 산업과 통상 분야에 풍부한 식견을 보유했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통상 분야 중 특히 슈퍼 301조 협상 등 대미 통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1998년 프랑크푸르트 투자유치 행사 때는 당시 이기주 주독대사가 김 회장의 고급 영어 구사능력을 극찬한 바 있다. 인사와 보상도 친소 관계보다는 철저하게 능력과 실적을 기준으로 추진하는 등 주변에서 덕망이 높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특허청장 시절에는 특허 선진화 정책을 구현, 대통령이 수천 명이 모인 공개행사 자리에서 이름을 거론하며 칭찬하기도 했다. 산업자원부 제1차관을 끝으로 공직 생활을 마감한 김 회장은 기업 CEO로 인생의 2막을 시작했다. 산하기관장이나 로펌 등에 근무하면서 ‘안주’를 택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많았지만 김 회장은 관례를 깨고 과감히 하이닉스반도체 사장 공개모집에 도전, 내로라하는 경쟁자들을 제치고 CEO에 올랐다.
김 회장은 “대한민국 공무원의 가치를 시험해보는 동시에 산업계를 위해 자신의 경험을 활용하고 싶었다”며 당시 공모의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김 회장은 2007년부터 3년 임기의 하이닉스반도체 대표이사를 거쳐 최근 1년간 이사회 의장을 맡아오며 하이닉스의 영욕을 모두 지켜봤다. 하이닉스에 둥지를 튼 2007년, 공교롭게도 반도체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하면서 이듬해에는 최악의 실적을 맛봐야 했다. 하지만 김 회장은 힘든 경영여건에도 2006년까지 매출액대비 5%에 불과한 연구개발 투자 비율을 2007년과 2008년에 각각 6%와 11%로 끌어 올리고 연구개발 인력도 지속적으로 늘려 오늘날 하이닉스의 기술적 토대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6월 1일 한국지멘스 60년 사상 최초의 한국인 대표로 취임하며 또 다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