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당정 · 재계 감정싸움 할 때 아니다

 김동수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어제 전국경제인연합회의 개최한 경제정책위원회에 참석했다. 정부와 재계는 최근 첨예한 갈등을 벌인다. 정치권까지 가세해 전면전 양상이다. 이럴 때 ‘경제 검찰’ 수장과 재계 대표가 만나니 어떤 말을 나눌까 관심사였다. 갈등 해소의 새 전환점이 될까 하는 기대도 있었다. 결과는 ‘역시나’였다.

 김 위원장은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대기업을 비판했다. “대기업이 동네 상권까지 특히 구멍가게까지 위협하면 안된다”며 철저한 조사 방침도 밝혔다. 재계는 공정위가 70년대로 돌아간다며 비판했다. 공정위가 ‘경쟁’을 보호하는 게 아니라 ‘경쟁자’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소비자 선택권과 후생을 감소시킨다고 주장했다. 일감 몰아주기도 그 원인을 찾아야지 규제 일변도로 가는 것은 경쟁을 저하한다는 반박도 나왔다.

 이날 대화는 최근 불거진 당정·재계 갈등을 한데 모아 쏟아낸 복사판이었다. 상대방에 대한 비판만 있지 대안 제시는 없다. 거의 감정 싸움이다.

 대기업 횡포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당정은 대기업을 비판하기 전에 그간 공정경쟁 정책을 어떻게 펼쳤는지 반성부터 할 일이다. 당정의 주장처럼 이렇게 대기업이 문제 투성이라면 그동안 방치한 잘못은 과연 누구에게 있는가. 대기업 역시 정당한 비판을 새겨 들어야 한다. 당정의 대기업 때리기가 ‘포퓰리즘’ 성격이 짙지만 많은 국민들이 박수를 친다는 점을 무시해선 안된다. 나름 설득력이 있는 대기업 반발이 친 기업 정책을 펼치던 당정이 하루아침에 돌변한 데 대한 투정으로 받아들여진다.

 당정과 재계 모두 합리적인 논의의 장부터 만들라. 미래 지향적 대안을 갖고 논의해야지 감정 싸움만 해선 아무 것도 이뤄지는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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