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IT는 재난 방재 비용이 아닌 투자다

 우리나라의 열악한 재난 훈련 체계는 IT 비용을 바라보는 정부의 그릇된 시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재난 대비 시뮬레이션 시스템은 예산 편성 과정에서 삭감 1순위다. 시뮬레이션으로 통해 실전같은 훈련을 반복하면 피해를 줄일 수 있지만 관계 당국은 모르쇠로 일관한다.

 도심의 고층 빌딩 화재나 대규모 자연재해가 일어나면 책임 소재를 떠넘기기에 급급하다. 예방에는 관심이 없다. 항공사의 모의 비행 훈련이나 자동차 업체의 내구성 테스트를 보면 시뮬레이션의 가치를 잘 알 수 있다. 초기 도입에는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가지만 실제 비행기를 띄우거나 자동차를 충돌시키는 방법에 비하면 훨씬 저렴하다.

 현재 각종 화재에 대비해 실전처럼 훈련할 수 있는 시뮬레이터가 갖춰진 곳은 중앙소방학교 한 곳뿐이다. 전국 2만6000여명 소방관 중 이 시설에서 훈련하는 인력은 3%에 불과하다. 나머진 이론 교육으로 채워진다. 실전 훈련은 1~2년에 한 차례 가량 모의 건물에서 이뤄지는 정도다.

 열악한 교육 환경은 사회적 비용 낭비로 끝나지 않는다. 소중한 인명까지 다친다. 지난해 8월 발생한 부산 해운대 오피스텔 38층 화재는 고층 화재 진압에 익숙하지 않은 탓에 50억원이 넘는 재산피해뿐 아니라 5명의 소방관이 부상당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미국은 9·11 테러 이후 시뮬레이터 도입으로 상시 재난훈련체계를 마련했다. 뉴욕시 이외에 20여개 재난당국에서 첨단 시뮬레이터를 도입, 상시 교육을 펼친다. 유럽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돈이 남아서가 아니라 비용을 줄이기 위한 대안으로 재난 시뮬레이션 시스템을 도입했다.

 IT는 재난 방재 비용이 아니라 투자다. 투자를 아끼다 보면 오히려 더 큰 비용을 지불한다.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 막는다’는 속담에 관계당국은 귀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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