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가속기 구축로드맵 다시 짜야

 향후 수년간 천문학적 예산이 투입되는 가속기 건설을 둘러싼 ‘유효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차세대 방사광가속기에 이어 경주에 제2 단계 양성자가속기 건립 계획이 공식화되면서 또다시 가속기 중복투자 논란이 불거졌다. 과학연구에서 가속기 중요성은 모두가 인정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투자 대비 효율성만큼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21세기 들어 가속기는 과학기술 분야 연구에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가속기의 활용 범위가 단순히 기초 물리학뿐 아니라 생명과학·나노과학·재료과학·의료 및 산업분야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해졌기 때문이다. 가속입자가 전자인지 양성자인지 중성자인지에 따라 반응과 효과가 제각각이기 때문에 방사광·중이온·중입자·양성자 등 다양한 종류의 가속기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마음 같아서는 우리도 다른 선진국처럼 다양한 가속기를 보유할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그러나 올해 교과부가 기초·원천기술 개발사업 전체에 투입하는 예산이 2조원에도 못 미치는 점을 감안하면 가속기에 대한 막대한 예산투입이 과연 합당한지 의문이다. 적게는 수천억원에서 조 단위의 예산이 투입되는 가속기는 워낙 거대과학시설이다 보니 4∼5년에 끝날 구축 계획이 예산 문제로 10년 가까이 연장되기도 한다. 실제로 경주 양성자가속기만해도 오는 2012년 3월 완공할 예정이지만 예산 부족으로 완공이 12월로 늦춰진 상황이다.

 한쪽에선 예산부족으로 사업 자체가 난항을 겪는 반면에 한쪽에는 쉴 새 없이 거대 자금을 투입하는 현실은 누가 봐도 이상하다. 예산 배분, 과학기술시설의 정치적 이용, 지역 이기주의, 컨트롤타워 부재, 인력 문제 등 가속기 구축 로드맵에 대한 총체적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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