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특허 괴물’을 피하기 위해 특허 우산을 꿈꿨던 ‘창의자본주식회사’가 출범 초기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당초 투자를 예상했던 기업이 대거 투자를 기피하면서 자본금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19일 업계와 정부에 따르면 국내 첫 지식재산전문회사를 표방한 ‘인텔렉추얼 디스커버리(창의자본주식회사)’가 출범 4개월째를 맞고 있지만 뚜렷한 사업모델 부재 속에서 기업의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이 회사는 당초 국내외 기업·연구소·대학 등이 보유한 유망 지식재산을 매입, 보강해 개발 작업을 거쳐 고부가가치 라이선싱 수익 사업을 벌인다는 계획이었다. 이를 위해 2015년까지 민관 합동으로 5000억원 규모 창의자본을 조성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하지만 4개월이 지난 지금 기업 참여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특허 매입과 개발도 차질을 빚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당초 지난해 말까지 1000억원의 자본금을 유치하려 했지만 기업들이 투자를 꺼리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기업 사이에서는 창의자본주식회사의 비전 제시가 부족하고 전문 조직도 갖춰지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현재 이 회사 20여명의 직원 가운데 기술특허의 중요성을 판가름하는 특허 관련 변리사와 변호사는 두세 명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창의자본 회사인 인텔렉추얼 벤처스가 500여명의 직원 가운데 3분의 1가량이 특허 관련 변호사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어떤 특허를 어떻게 구매해 사업화한다는 비즈니스 모델이 뚜렷하지 않아 투자회수가 이뤄지지 못하는 상황을 고민하게 된다”고 말했다.
한편 인텔렉추얼벤처스는 국내에도 조직을 만들어 특허 공세를 펼치고 있어 대응이 시급한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인텔렉추얼벤처스의 보유 특허를 사용할 수 있는 협력을 맺으면서 상당한 비용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고 하이닉스도 인텔렉추얼 벤처스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업계 전문가는 “특허 분쟁이 해마다 늘고 있어, 이에 맞설 국내 창의자본회사는 반드시 필요하다”며 “인텔렉추얼디스커버리가 명확한 비전 제시와 전문가 영입을 통해 특허를 통한 수익 창출과 방어 수단 확보에 더욱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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