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참신?` 벤처가 늙어간다

창업 줄어 40·50대 기업인이 주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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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선’ ‘참신’으로 대변되는 벤처가 늙어가고 있다.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벤처 창업 붐으로 젊은 창업자가 대거 등장했으나, 잇따른 실패와 이들의 재기 불가능 환경이 대학(원)생과 연구원들의 벤처 창업 발길을 끊게 하면서 창업자 평균 연령을 크게 높였다.

 8일 벤처기업협회가 매년 조사하는 ‘벤처기업실태자료’에 따르면 10년 전인 1999년 20∼30대 벤처기업가 비중은 58%로 절반을 크게 넘었으나 지난해 20·30대는 14.3%에 불과했으며, 나머지 85.7%는 40대 이상이었다.

 특히 50대 이상은 1999년 11%에서, 지난해는 30%로 3배가량 늘었다. 이 같은 고령화 추세는 올해 더욱 심화됐다.

 벤처기업협회가 올해 현황을 조사 중인 가운데 가집계 결과, 20·30대는 11.9%까지 하락했으며, 40대(50.2%)와 50대(32.5%)의 비중은 더 높아졌다.

 40대 이상 벤처기업가 비중이 는 것은 퇴직자의 생계형 창업과 대기업의 분사형 창업이 상대적으로 활발한 결과로 파악됐다.

 이미순 벤처기업협회 벤처기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경험이 없으면 리스크가 크다는 인식으로 20·30대의 벤처 창업 인기가 시들해졌다”며 “퇴직하거나 대기업에서 분사해 창업하는 비중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이는 2003년부터 파악된 벤처CEO 이전 근무지 현황 결과에 그대로 반영됐다. 벤처버블 제거기인 2003년 벤처CEO 가운데 일반 기업체 출신이 72.3%였고 연구소(9.4%)와 교수(5.9%) 학생(1.7%) 등이 적게나마 일정 비중을 유지했다. 이후 기업체 출신은 꾸준히 늘어 지난해 81.3%까지 상승했으며, 연구소(7.8%, 이하 2008년 기준) 교수(2.3%) 학생(0.7%) 등은 차츰 줄었다.

 대기업과 함께 경제의 양축을 담당할 벤처는 몸집이 커진 대기업과 달리 새로운 기술 변화 트렌드 속에 순발력을 발휘한다. 대기업에 대해 자극제의 구실도 톡톡히 한다. 이 점에서 벤처기업 창업자 연령이 높아지는 것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많다. 젊은 벤처인을 양성하는 한편 벤처 실패를 포용하는 문화를 서둘러 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 점에서 정운찬 국무총리가 최근 ‘벤처코리아 2009’ 행사에서 연대보증제 폐지 등 실패 벤처기업가의 재창업 지원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힌 것은 시의적절하다.

 이민화 기업호민관은 “국가가 지속적으로 혁신을 위해 실패에 대한 지원이 있어야 한다”며 “단적으로 벤처 재도전 시스템이 있는 미국은 금융 위기 후 창업 수강생이 만원이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