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스마트 그리드의 전제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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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마트 그리드가 화제다. 우리나라 전력시장과 전력계통을 운용하는 ‘전력거래소’에 근무하는 나로서는 기쁜 일이다. 막중한 책임감도 느낀다.

 스마트 그리드는 폐쇄적인 전력망에 개방적인 정보통신망을 결합,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기술이다. 고품질 전력망과 정보통신 기술(ICT)이 핵심인데, 한국은 조밀한 국토면적과 높은 인터넷 이용률, 세계 최고 수준의 ICT와 고품질 전력망, 상대적으로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나는 지난달 말 세계에서 가장 앞서 있다는 미국의 스마트 그리드 시범 사업현황을 둘러보고 난 후 이같이 확신했다. 현지에서 만난 미국 측 업계 관계자나 전문가 의견도 나와 다르지 않았다.

 스마트 그리드로 남이 정한 게임의 규칙을 따르는 불리한 위치에서 스스로 게임의 규칙을 정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로 올라설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 셈이다.

 하지만 장밋빛 미래만이 있는 게 아니다. 우리 스마트 그리드를 세계 최고로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실시간 요금제(real-time pricing)’다. 이는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전기 가격을 소비자에게 적용하는 제도다.

 실시간 가격신호는 스마트 그리드가 지향하는 궁극적 목표인 온실가스 감축과 에너지 소비절약, 투자비 감축, 에너지 소비정보를 활용한 새로운 비즈니스 창출(전기차의 확산, 배터리 충전소 등)을 달성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물건을 사기 전에 당연히 가격부터 확인한다. 하지만 ‘전기’라는 상품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아마 전기는 우리가 물건을 구매·소비하기 전에 가격을 모르거나 혹은 묻지 않는 거의 유일한 상품일 것이다. 가격을 모르면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없다. 오죽하면 전기세라고 할까.

 전기 가격을 정확히 모르니 습관적으로 낭비를 하게 되거나, 사용상 불편을 감수하게 된다. 실시간 가격신호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준다. 그뿐만 아니라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던 다양한 신비즈니스를 창출한다. 이것이 바로 스마트 그리드다.

채영진 전력거래소 시장기획팀 과장 mahatma@kpx.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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