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경제포럼(WEF)의 '일자리 미래 리포트 2025'에 따르면 2030년까지 인공지능(AI)과 정보기술(IT)로 인해 전 세계에서 1억7000만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기고, 9200만개의 기존 일자리는 사라질 것이다. 얼핏 보면 7800만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기는 셈이므로 긍정적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39%의 기존 직무역량이 2025년에서 2030년 사이에 쓸모없어 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맥킨지 글로벌연구소는 자동화로 전체의 15% 수준인 4~8억개 일자리가 전환될 필요가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여기서 전환이란 일자리가 완전히 사라지는게 아니라, 반복적·예측 가능한 부분이 자동화되면서 근로자들이 새로운 직무로 이동하거나 직무역량을 재교육받아야 한다는 뜻이다. 이러한 격변의 원인은 물론 AI와 로봇이라는 기술 자체이지만, 10여년 전부터 예견되어온 변화이기 때문에 우리는 그동안 이러한 상황 변화에 대비할 시간을 적지 않게 갖고 있었다. 그러나, 개인과 기업, 그리고 국가의 변화가 지연되면서 사회적 취약 연령대인 청년층과 중장년층이 사실상 무방비 상태로 AI 충격파를 맨몸으로 맞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더 취약한 상황에 놓인 노인들의 경제적 어려움은 물론 말할 것도 없다.
변화가 지체된 대표적인 곳이 바로 대학이다. OECD의 보고서에 따르면, OECD 국가에서 25~34세 청년의 고등교육 수혜율은 2000년 27%에서 2024년 평균 48%로 급증했다. 한국은 약 70%로 OECD 최고 수준이지만, 그들이 졸업할 때 사회로 갖고 나오는 전공은 산업 현장에서 필요한 분야와는 동떨어진 경우가 다반사다. OECD의 다른 보고서에 따르면, 노동시장에 공급된 인력이 가진 기술과 실제 기업이 요구하는 역량이 불일치하면, 생산성 저하와 임금 격차를 초래한다. 대학 졸업생의 40~50%가 전공과 직업 불일치를 겪으며 여기서 생기는 생산성 손실이 10%에 달한다. 한국은 전공-직업 미스매치가 OECD 최고 수준인 50% 수준인데, 특히 수도권 대학에 대한 정원 통제가 이러한 현상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수도권에 몰려있는 인구 대비 충분한 수의 미래산업 인재를 양성하고 있지 못한 것이다. 청년의 미래를 희생하면서까지 수도권 집중을 완화해보려 하지만, 결과는 수도권 집중 완화도 청년의 일자리 확보도 실패하고 있는게 현실이다.
실패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한국 청년 실업률은 2025년 약 5.5%, 2026년에는 5.5~6.0%으로 예상되어 4년 만에 최고치에 근접하고 있고, 갓 사회에 진출하는 청년이 해당되는 저숙련 노동자층은 AI와 직접 경쟁하면서 발붙일 곳이 없어지고, 아예 첫 직장 취직도 못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까지 있다.
결국, 대학이 할 수 있는 것은 전공을 하나가 아니라 두 개 이상 제공해 미래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인문계열로 입학했더라도 AI를 복수전공으로 할 수 있게 하고, 공대로 입학한 학생도 철학이나 문학을 복수전공할 수 있는 유연한 학제가 완비돼야 한다. 거기에 학생 스스로가 자신의 취미를 발전시켜, 여차하면 호구지책으로 전환시킬 수 있을 정도로 심화시켜놓는 것이 좋겠다. 전공1, 전공2, 취미활동 등 세가지 칼을 옆구리에 차고 있어도 생존은 보장되지 않겠지만, 그래도 조금 나을 것이다. 대학이 학문의 전당이라는 측면도 있겠지만 학생들이 사회로 나갈 때 적어도 미스매치(직무 전공 불일치)로 고통받지는 않게 제대로 가르쳐서 내보내야 한다. 그리고 정부는 여기에 장애가 되는 모든 제도적 장벽들을 무너뜨려야 한다. 우리에게는 시간이 충분치 않다. 어느 새 창밖에 도달한 AI 쓰나미가 보이지 않는가.
김장현 성균관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