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지금 또 한 번의 IT 혁명 앞에 서 있다. 지난 30여년 동안 웹은 비약적으로 발전해 왔다. 초기 단순 정보 저장소였던 웹 1.0, 사용자 참여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웹 2.0, 그리고 AI(인공지능)과 빅데이터로 개인화와 상호작용이 강화된 웹 3.0까지 이어졌다. 이제 웹 4.0 시대가 곧 본격적으로 도래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렇다면 웹 4.0이란 무엇일까? 쉽게 풀어보자. 지금까지 우리가 인터넷과 소통해온 방식은 사람이 인터넷을 찾아가는 형태였다. 웹 4.0은 인터넷이 사람을 이해하고 먼저 찾아오는 시대를 의미한다. 사용자 개개인의 맥락, 감정, 의도까지 파악해 필요한 정보를 적극적으로 제공하는 지능형 인터넷 환경을 의미한다.
웹 3.0에서는 인공지능이 정보 검색과 분석을 돕고, 블록체인이 일부 응용 분야에서 신뢰 기반 구조를 제공했다. 하지만 여전히 사람은 검색-클릭-탐색이라는 능동적인 행동을 해야 했다. 반면 웹 4.0에서는 상황 인식, 감성 이해, 자율적 추천 기능이 한층 강화된다. 예를 들어, 오늘 일정과 기분, 과거 활동까지 파악한 시스템이 알맞은 정보와 서비스를 미리 제안해 줄 수 있다. 이는 단순 추천을 넘어서 사람의 일상과 철학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 수준이다.
왜 이런 변화가 가능해졌을까? 인공지능의 발전이다. 특히 자연어 처리, 컴퓨터 비전, 감정 인식 기술이 눈부시게 향상되면서 시스템이 사람의 의도와 맥락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게 됐다. 또 사물인터넷(IoT)과 엣지 컴퓨팅의 발달로 우리가 사용하는 기기들은 끊임없이 데이터를 생성하고, 환경과 상호작용한다. 이 데이터는 사람 생활을 더 정밀하게 반영하는 입력값이 된다. 마지막으로 분산 신뢰 기술은 개인 정보의 통제권을 사용자에게 돌려주면서도, 필요한 신뢰성은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그렇다면 웹 4.0 시대는 우리 생활에 어떤 영향을 줄까? 먼저 일상생활의 편리함이 크게 증가할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스마트홈 시스템은 가족 구성원 각자의 일정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집안 온도와 조명을 자동 조절할 수 있다. 출퇴근 시간과 교통 상황, 개인의 스트레스 패턴까지 분석해 최적의 이동 경로를 추천해 주는 서비스도 가능해진다. 교육 분야에서도 맞춤형 학습이 일반화돼, 학생 개개인의 학습 속도와 흥미를 반영한 커리큘럼을 제공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것은 양면이 있다. 프라이버시와 윤리 문제는 웹 4.0 시대에 더욱 중요해진다. 시스템이 더 많은 개인 정보와 행동 패턴을 수집할수록, 이 정보가 어떻게 저장되고 활용되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통제가 필요하다. 단지 기술이 편리함만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과 가치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인과 기업, 그리고 정책 입안자 모두가 데이터 주권과 보안에 대해 깊이 고민해야 한다. 본격적인 웹 4.0 시대가 열리려면 기술뿐만 아니라 사회적 합의와 준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법과 제도, 윤리 기준이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 오히려 혼란과 불신이 커질 수 있다.
길재식 기자 osolgil@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