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랍 속 먼지 쌓인 메모리도 “돈 된다”…매입·중고 시장 불붙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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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거래 플랫폼에서 메모리 매입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다. 〈이미지 출처=중고나라 게시물〉

인공지능(AI) 열풍으로 촉발된 메모리 쇼티지가 결국 2차 거래 시장까지 번졌다. 과거 헐값에 처분하던 안 쓰는 중고 메모리도 없어서 못 파는 '귀한 자원'으로 승격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중고나라·당근마켓 등 주요 거래 플랫폼에 중고 메모리 전문 매입업체들이 가세해 경쟁적으로 물량을 흡수하고 있다. 이들이 제시한 매입가는 이날 기준 삼성에서 생산한 32G DDR5 메모리(제조 10주 이내)가 45만원에 달한다.

일부 업체는 DDR5 메모리의 경우 아예 '별도 문의'로 가격을 비공개하고 있다. 수요가 워낙 몰려 가격 변동 폭이 실시간으로 널뛰기 때문이다. 매입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제품이 가장 높게 형성돼 있으며, 외산 브랜드는 동일 성능 제품이라도 10만원가량 낮게 책정되는 추세다.

이처럼 중고 메모리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배경에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재편이 자리 잡고 있다. 생성형 AI 열풍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제조사가 일반 소비자용 DDR5 대신 수익성이 월등히 높은 고대역폭 메모리(HBM) 생산에 라인을 집중하며, PC용 메모리 공급량이 급격히 줄어든 탓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당장 필요하지 않아도 PC용 메모리를 미리 사두는 소위 '램테크' 소비까지 등장했다. 실제로 삼성전자 32G DDR5 메모리는 현재 온라인 플랫폼에서 최저가 기준 약 80만원에 가격이 형성되는데, 이 제품은 한 달 전만해도 가격이 40만원에 불과했다. 1년 전에는 12만원에 거래가 이뤄졌다. 1년 사이에 6배 이상 가격이 올랐다.

전문 매입업체의 공습은 메모리 현금화를 가속하며 '램테크' 열기에 기름을 붓고 있다. 이들은 중고 플랫폼에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당일 최고가 매입'을 내걸며 물량 확보 전쟁을 벌이는 중이다. 이렇게 확보된 물량은 고사양 PC가 필요한 디자인·설계 기업 고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국내 수급뿐만 아니라 공급난이 더 심각한 해외 시장으로도 재수출돼 높은 마진을 남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가격 급등을 틈탄 중고 사기 범죄는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특히 IT 기기에 밝은 이용자들을 속이기 위해 생성형 AI로 구매 영수증이나 서비스 센터 점검 결과서, 신분증 등을 정교하게 합성해 제시하는 수법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또한 고장 난 메모리에 최신 제조일자 라벨만 새로 인쇄해 붙여 속여 파는 사례도 발견되고 있어 소비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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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2월 기준 전문 매입업체 메모리 시세

이형두 기자 dud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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