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6년, 광주시가 직할시로 승격되며 전라남도와 '남남'이 되었을 때 그것은 도시의 급격한 성장을 위한 필연적인 선택이었다. 각자의 엔진을 달고 숨 가쁘게 달려온 40년. 광주는 호남의 거점 도시로, 전남은 대한민국 에너지와 식량의 보고로 성장했다. 하지만 그 성장의 이면에는 행정 구역이라는 보이지 않는 '벽'이 만든 깊은 비효율의 골이 있었다.
◇분절의 역사가 남긴 상처
가장 뼈아픈 지점은 환경과 에너지였다. 기억 속에 선명한 '나주 고형폐기물연료(SRF) 열병합발전소' 사태는 분절된 행정이 낳은 비극적 상징이다. 광주에서 발생한 연료를 나주에서 태우는 문제를 두고 10년 넘게 이어진 소송과 갈등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내 마당에는 안 된다”는 님비(NIMBY)와 “법대로 하라”는 관료주의가 충돌한 행정의 실패였다.
식수원인 동복댐과 주암댐을 둘러싼 평행선도 마찬가지다. 광주 시민의 젖줄은 전남에 있지만, 상수원 보호구역 규제로 인한 전남 주민의 희생은 '남의 동네 일'로 치부되기 일쑤였다. 행정 경계가 그어진 순간, 공생(共生)의 가치는 실종되고 비용과 책임의 전가만 남았다.
◇'이익 공유제'로 갈등 해소
이제 2026년 7월 출범하는 '전남광주특별시'는 이러한 고질적인 매듭을 풀 강력한 도구를 쥐게 된다. 핵심은 의사결정권의 단일화다. 과거 두 지자체장이 합의에 실패해 공전하던 사안들을 이제는 단 한 명의 특별시장이 결단할 수 있다.
단순히 명령하는 구조가 아니다. '전남광주특별법'을 통해 확보한 막대한 통합 인센티브는 '이익 공유제'의 마중물이 된다. 특정 지역에 환경 시설이 들어설 때, 시혜적 보상이 아닌 법적으로 보장된 '수익 배당'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광주의 쓰레기를 처리하는 대가로 나주나 화순에 재정 지원과 공공시설이 자동 투입되는 시스템이 작동할 때, 비로소 지역 간 신뢰의 토양이 마련될 것이다.

◇'RE100 경제권' 선언
통합의 진정한 승부처는 에너지 경제권의 구축이다. 전남은 신안의 해상풍력과 영광의 원전 등 대한민국에서 가장 풍부하고 질 좋은 에너지를 생산한다. 광주는 이 에너지를 소비하며 부가가치를 창출할 AI 데이터센터와 모빌리티 산업단지를 보유하고 있다.
그동안 행정 경계에 가로막혀 지체되었던 에너지 계통망을 하나로 묶는 '광역 에너지 그리드'는 통합특별시의 최대 무기가 될 것이다. 전남의 깨끗한 에너지를 광주의 기업들에게 직접, 그리고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는 '분산에너지 특구' 권한을 활용해야 한다. 이는 글로벌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요구에 직면한 기업들이 제발로 호남을 찾아오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유인책이 될 것이다.
◇'기회의 땅'으로 재탄생
통합은 단순히 파이를 나누는 기술이 아니다. 오히려 그 파이를 키우기 위해 우리 내부의 낡은 관행과 부패를 걷어내는 '행정 혁신'의 과정이어야 한다. 그동안 지역 사회에 만연했던 고질적인 부조리를 뿌리 뽑고,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투명하고 합당한 기준에 의해 모든 행정이 적법하게 집행되는 청렴한 시스템이 통합특별시의 제1원칙이 되어야 한다.
이렇게 세워진 투명한 토대 위에 통합특별시의 강력한 행정력을 집중해야 할 곳은 명확하다. 바로 글로벌 산업의 유치와 미래를 이끌 인재들의 정착이다. 에너지와 환경이라는 강력한 자산을 무기로 기업들이 먼저 찾아오는 진취적인 비즈니스 환경을 조성하고, 청년들이 자신의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풍요로운 일터를 만들어야 한다.
1986년의 이별이 성장을 위한 선택이었다면, 2026년의 재회는 '지역 부흥'을 위한 결단이다. 전남광주특별시는 단순히 두 지자체가 합쳐진 거대 조직에 그쳐서는 안 된다. 부패 없는 깨끗한 행정으로 신뢰를 쌓고, 강력한 추진력으로 산업의 꽃을 피워, 누구나 살고 싶어 하는 진취적이고 풍요로운 삶의 터전으로 재탄생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바라는 진정한 호남의 미래이자 통합의 본질이다.
정석희 전남대학교 환경에너지공학과 교수(광주녹색환경지원센터장) sokheejung@gmail.com
광주=김한식 기자 hskim@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