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둘러싼 국내외 경제환경이 한 치 앞을 볼 수 없을 만큼 불안한 가운데 18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6일부터 20일간 열린다. 이미 여야는 지난달 30일 국정감사 종합상황실 현판식 행사를 갖고 실전 체제에 돌입한 상태다. 정권이 바뀌고 처음 열리는 이번 국감을 맞아 한나라당은 지난 정부의 과오를 파헤치겠다고 벼르고 있으며, 민주당 역시 지난 7개월간 이명박 정부의 실정을 적극 부각시키겠다며 서로가 치열한 기 싸움을 벌이고 있다.
정권 장악이 목적인 여야가 국감을 맞아 세력 다툼을 벌이는 것은 민주국가에서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국감이 본격 시작되기 전부터 불거져 나온 여야의 무차별적인 기업인 증인 소환을 보면 과연 이번 국감이 정책국감이 될 수 있을까 하는 노파심을 버릴 수 없다. 다른 나라에는 없는 국감은 무력정치가 힘을 쓰던 유신 때 폐지됐다가 민주화 열기가 불어닥쳤던 지난 1988년 부활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의회가 행정부를 견제, 감시하라고 만든 이 제도를 그동안 이를 운영해온 국회의원들이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오히려 권한을 남용하는 경향이 많아 제도 자체가 늘 비난 도마에 오른 것이 사실이다.
특히 이번 국감은 10년 만에 이뤄진 정권교체 탓인지 어느 때보다 여야의 소모성 기 싸움이 치열해 우려스럽다. 지금이 어느 때인가. IMF에 버금가는 경제 위기를 맞고 있다. 해외시장 개척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고 내수도 좀체 살아나지 않고 있다. 우리의 간판 수출 상품인 휴대폰·반도체·디스플레이 위상도 예전 같지 않다. 지난 9월만 해도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나 감소했으며 컴퓨터는 무려 31%나 줄었다. 앞으로도 이런 추세는 쉽게 개선되지 않을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 정치권이 힘을 합쳐 경제 살리기에 적극 힘을 보태지 못할망정 너도나도 기업인을 증인으로 소환해 ‘국정감사’가 아닌 ‘기업감사’ 같은 모습을 보인다는 것은 결코 국익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 수조원을 들여 구축한 전자정부를 비롯해 그동안 정부기관이 예산을 효율적으로 제대로 썼는지, 또 정책은 올바르게 추진하고 있는지 등 이번 국감이 정책국감이 되기 위해 해야 할 일이 많다. 무엇보다 18대 국회 상임위 중 가장 치열한 격전장으로 불리는 문방위 국감과 이제 막 출범 6개월을 넘긴 방통위 국감이 주목된다.
신문방송 겸영 허용 여부를 비롯해 민영미디어렙 도입, 방송사 민영화 등 지상파방송을 둘러싼 미디어 정책이 집중적으로 부각될 터인데 이 와중에 자칫 IPTV·디지털TV 등 뉴미디어 활성화·800㎒ 주파수 재배치 같은 산업 활성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통신방송 현안이 제대로 논의되지도 못한 채 여야 간 시비에 묻힐지 걱정된다. 이번 국감에 임하는 한 의원은 “규제 완화를 통한 세계적 미디어 그룹 육성과 신수종 산업 육성 차원에서 IPTV 등 뉴미디어가 활성화될 수 있는 정책을 제시, 우리나라가 나아가야 할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것”이라고 했다. 제발 그의 말대로 되기 바란다. 이번 국감이 기업인을 오라 가라 하며 호통치는 ‘정쟁국감’이 아닌 산업과 경제의 기를 살리고 우리 사회의 투명성을 높이는 ‘정책국감’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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