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영
“인터넷 포털업계가 네티즌의 저작권 침해행위를 알면서도 방치하고 있다.”
인터넷 공간의 저작권 침해문제가 대두될 때마다 저작권자들이 늘 하는 말이다. 포털업체들의 대답도 한결같다. “저작권 침해행위를 막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고객인 네티즌의 권리를 침해하면서까지 서비스를 제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진실은 뭘까. 사례를 들어 보자. 많은 포털사이트에서 운영중인 무제한 파일 첨부 e메일 서비스 중 최근 KTH 파란의 서비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 다운로드 횟수 제한이 없기 때문이다. 이는 일정 기간 제한 없이 불특정 다수와 파일을 공유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누구나 알 만한 ‘J’ 공유 사이트에서는 파란 e메일을 활용해 최신 게임이나 영화가 공유되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파란 측은 “네티즌 불만을 우려해 횟수 제한을 하지는 않는다. 대신 불법이용 패턴을 파악해 체계적으로 막아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애석하게도 체계적으로 막는 게 별 효과는 없어 보인다. 공유 게시판에서 ‘파일이 중간에 삭제됐다’는 글을 본 적이 없으니. ‘네티즌 불만’을 내세운 것도 다소 무리가 있다. e메일 이용자 중 대용량 파일을 다수에게 보낼 목적을 가진 사람이 얼마나 될까. 파란 e메일 서비스가 단지 돈 내고 웹하드를 이용하기 싫은 파일 공유자들의 피난처가 된 것은 아닐까.
KTH 측도 이 같은 문제는 인식하고 있다. 지난해 말 ‘무한 파일 첨부 기능을 악용한 불법파일 공유를 자제해 달라’는 공지사항을 올렸고, 서비스 초기에는 다운로드 횟수도 10번으로 제한했기 때문이다. 파란이 횟수 제한을 푼 이유를 알 수는 없다. 다만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우려보다는 e메일 가입자 확보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으리라는 추측은 가능하다.
물론 “다운로드 횟수를 제한하더라도 이용자들이 각종 편법을 사용할 것”이라는 파란 측의 주장에도 일리는 있다. 다만 각종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e메일 서비스의 본질이 아닌 기능을 고수할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할 뿐이다.
온라인서비스사업자저작권협의회를 만들어 관계 개선에 나선 포털업계가 스스로 ‘포털 책임론’을 부추기는 건 아닌지 안타깝다.
디지털문화부· 정진영기자@전자신문, jych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