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유럽자유무역연합(EFTA) 간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타결된 것은 반가운 일이다. EFTA가 유럽연합(EU)에 가입하지 않은 스위스·노르웨이·아이슬란드·리히텐슈타인 등 서유럽 4개국으로 구성된 전형적인 강소국들의 협력체인데도 불구하고 교역량이 30억달러에 불과하다. 따라서 이들과 FTA를 체결한다고 해서 당장 무역량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그리 크지 않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우리가 이번 EFTA와의 FTA 협상 타결을 반기는 것은 유럽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확보했다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가 넘는 선진국과 또 단일국가가 아닌 지역블록 전체를 대상으로 한 FTA를 처음 체결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성과로 꼽을 수 있다. 올해 ‘개방형 통상국가’를 내걸고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캐나다 등 20여개국과의 동시다발적으로 벌이고 있는 FTA 추진 전략에도 활력을 불어넣어 줄 것으로 기대된다.
더욱이 싱가포르와의 FTA 협상에서는 개성공단 생산 제품에 대해서만 특혜관세를 부여하기로 한 것과 달리 이번 EFTA와는 개성공단 생산제품은 물론이고 나진·선봉지구 등 북한 지역의 다른 경제특구에서 생산되는 제품까지 특혜관세 부여 대상에 포함하기로 한 것은 주목되는 사안이다. 북한 경제특구에서 생산되는 모든 제품을 사실상 ‘한국산’으로 대우하는 것으로 남북한 거래를 민족 내부거래로 인정하게 된 것이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최근 다시 급물살을 타고 있는 남북경협 활성화에 상당한 기여를 할 뿐 아니라 다른 나라와의 FTA 협상에서도 하나의 지표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이번 협정에서 양측 간에 방송프로그램의 공동제작을 위한 근거를 마련함으로써 최근 해외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우리 방송프로그램이 EU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사실 전세계적으로 이미 200여개의 FTA가 발효된 상태지만 우리는 지금까지 협정체결국이 겨우 칠레와 싱가포르 그리고 이번 EFTA 등 세 곳에 그쳐 FTA 지각생이나 다름없다. 더구나 내년부터 전세계 교역량의 절반이 FTA를 통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될 만큼 그 비중이 커지고 있음을 감안하면 새로운 수출시장 개척을 위한 FTA 체결 확대는 우리 경제의 사활이 걸린 과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는 과거처럼 미온적으로 대응할 것이 아니라 이번 협정 타결 성과를 발판으로 현재 추진중인 FTA 협상에 더욱 적극적인 자세로 나설 필요가 있다. 아세안·유럽·미국·중국·남미 등 거대 경제권과의 FTA는 그 효과나 파장이 싱가포르, EFTA와 비할 수 없을 만큼 크기 때문이다.
물론 FTA 체결을 서두르기만 한다고 될 일은 아니다. FTA는 시장개방을 통한 교역이익 극대화가 목적인만큼 기업의 경쟁력이 뒷받침돼야 하고 국민의 합의가 전제돼야 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냉엄한 국제사회에서 성과주의에 젖은 협상이 얼마나 위험한지는 정부가 더 잘 알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국가별 특성을 감안한 차별된 FTA 협상 전략을 세워야 한다. 아울러 통상 전문가를 양성하고 해외의 통상분야 우수 인재를 영입해 우리 경제에 최대한 유리한 쪽으로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
이와 함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FTA가 국내 경제 산업에 득실을 동시에 안겨준다는 점이다. 관세장벽이 없어지면 경쟁력 있는 수출기업은 혜택을 얻지만 국내시장만 쳐다보는 내수산업은 타격을 받는다. 내수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산업구조를 고도화하는 일이야말로 국내적 갈등을 줄이며 더 많은 나라와 FTA를 맺고, FTA 물결을 경제 실익으로 연결하는 중요한 전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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