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휴면특허 사업화에 거는 기대

 정부가 대기업의 휴면특허를 사업화하기 위한 ‘정부 기부제(가칭)’를 도입하기로 한 것은 주목할 가치가 있다. 우선 휴면특허의 사업화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상생협력을 강화하고 나아가 국가적으로도 기술자원의 효율적인 운용이라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일이다. 더욱이 휴면특허를 이전받아 사업화하고 이를 통해 발생한 수익의 일정액을 대기업에 돌려주기로 한 것은 적절하다.

 산업자원부는 최근 대기업 휴면특허 정부 기부제를 도입하고 8월경 정부-대기업 휴면특허 이전 협약(발대)식을 갖기로 했다고 한다. 정부 기부제는 대기업이 보유한 휴면특허를 산자부나 특허청에 기부하면 정부가 매개자로 이를 중소기업에 이전해 사업화하는 것이다. 이 방침은 올 초 정부가 대기업의 휴면특허 이전을 촉진하기 위해 조세특례제한법을 마련했으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따라 이를 보완한 것이다. 사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미비점이 있다면 언제든지 보완해야 한다. 이번 방침은 정부가 역점을 두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강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정부는 먼저 한국기술거래소에 데이터베이스를 포함한 대기업 휴면특허 관리를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또 오는 8월께로 예정된 정부-대기업 휴면특허 이전 협약식도 갖기로 했다. 이렇게 하면 대기업이 보유한 휴면특허가 대거 중소기업으로 이전돼 중소기업의 경영개선에도 큰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사업의 성패는 해당 기업들의 의지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허를 가진 대기업들이 휴면특허 기부를 기피하면 정부로선 이를 강제할 방안이 없다. 잘 아는 것처럼 우리의 특허출원 건수는 매년 급증하고 있지만 특허기술이 사업화로 연결되는 것은 극히 미미하다고 한다. 한국기술거래소의 자료에 따르면 국내 100대 기업의 특허기술 사업화 추진율은 겨우 8%에 불과하다. 대다수는 휴면특허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설사 대기업이 휴면특허를 정부에 기부해도 이를 사업화할 중소기업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이 또한 예삿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 사업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모두 이익이 되는 일이다. 대기업의 경우 특허등록 유지비 부담을 덜 수 있고 사안에 따라 일정액의 로열티 수입을 올릴 수 있으며, 중소기업도 자체 기술개발에 대한 투자비를 줄일 수 있다. 휴면특허의 사업화는 이처럼 기술공급자나 기술수요자에게 이익이 되는 새로운 형태의 기술사업화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성패의 관건이라고 하겠다.

 정부가 이 일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휴면특허 관리시스템을 조속히 구축해야 할 것이다. 대기업에서 공급받은 기술을 선별하고 평가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야 하고 이를 수요자인 중소기업에서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공급자와 수요자 간 원활한 정보교류의 장이 되어야 휴면특허의 이전이 활발해질 것이다. 또한 휴면특허 기부 기업에 대해 세제혜택 등 다양한 인센티브제를 도입해 정부에 기부하는 휴면특허가 늘어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물론 기술을 이전받아 사업화하는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도 필요하다. 기술이 이전되었다고 해서 바로 사업화로 연결돼 이익이 창출되는 것이 아니다. 일본에서도 정부가 기업과 연구기관이 소유한 휴면특허를 매입해 사업화하고 있다고 한다.

 이번 정부의 휴면특허 기부제가 성과를 거두려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차원에서 적극 참여해야 할 것이다. 이번 휴면특허의 사업화가 제대로 추진되면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앞당기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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