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보컴퓨터가 결국 법정관리를 선택하면서 PC시장도 상당한 후유증을 겪을 전망이다.
특히 삼보는 삼성·LG전자와 함께 국내 PC시장을 주도해 온 ‘리딩업체’라는 면에서 PC산업 전체가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불과 한 두 달 사이에 현주컴퓨터 부도에 이어 삼보사태가 연이어 터지면서 PC업계는 ‘연쇄 도산’의 위기감 마저 감돌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국내 PC시장이 본격적인 조정기에 진입했으며 오히려 삼보의 위기가 국내 PC업체의 체질을 강화할 것이라는 시각도 우세하다.
◇시장재편 불가피=삼보의 위기로 국내 PC업계도 재편이 불가피하다.
우선 삼성·LG전자와 함께 굳건히 지켜온 ‘PC 3강체제’가 흔들리게 됐다. 상대적으로 삼성과 LG전자의 위상이 올라가겠지만 그 보다는 외산 브랜드의 입지가 크게 강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먼저 데스크톱 분야에서는 삼성과 LG전자의 인지도가 한층 높아지고, 주연테크 등 중견 브랜드도 ‘반사 이익’을 얻을 전망이다. 특히 노트북PC 분야에서는 외산 브랜드의 선전이 예상된다. 삼보의 저가 노트북으로 타격을 받았던 한국HP·도시바 등은 삼보가 법정관리로 휘청하면서 점유율에도 적지않은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송시몬 주연테크 사장은 “삼보의 위기는 전체 PC산업의 위기” 라며 “오히려 이 기회를 수익 위주의 경영 구조를 정착시키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저가 정책 ‘주춤’=삼보의 90만원 대 ‘에버라텍’ 노트북 출시로 시작된 가격 위주의 마케팅 전략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지난해까지 국내 노트북 시장에서 5위권이었던 삼보가 올해 들어 99만원 대 노트북을 내세워 삼성·LG전자에 이어 3위까지 올라섰으나 경영개선에는 큰 도움을 얻지 못했다는 게 입증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보 에버라텍을 기점으로 브랜드 노트북 가격은 지난해 말 100만원 대가 무너진 데 이어 올 들어서는 70만원 대 노트북이 출시됐고 용산 전자상가와 인터넷 몰에서는 60만원 대 노트북이 나올 정도로 급격한 가격 인하가 이뤄졌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출혈 경쟁에 따른 ‘가격 파괴’가 PC산업 전반의 경영 환경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해 왔다. LG전자의 한 관계자는 “PC가격이 추락하면서 잘해야 본전일 정도로 수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며 “삼보 입장에서는 수익성 개선을 위해 노트북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입했으나 가격 마케팅에 주력해 수익성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수익성 확보가 관건=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PC시장은 이미 성숙기에 진입했다. IBM마저 PC부문을 중국 레노버에 매각할 정도로 PC산업은 구조조정이 한창이다.
삼보도 이런 큰 흐름에서 이미 예견된 일이다. 오히려 이번 삼보 위기를 계기로 가격보다는 브랜드 제고를 통해 수익성에 초점을 맞추는 게 PC산업 전체의 경쟁력을 올릴 수 있는 길이라는 지적이다.
권상준 한국IDC 연구원은 “부품·인건비 등 제조 원가 등을 감안할 때 국내업체가 단순히 가격으로만 경쟁하는 것은 무의미한 상황”이라며 “세계적인 PC 양극화 추세에 맞춰 프리미엄 브랜드로 과감하게 전환해 활로를 찾아야 한다”고 진단했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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