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설비투자가 늘기는커녕 외환위기 이후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고 한다. 국내 총생산은 매년 증가하는데, 경제 성장의 원동력인 설비투자는 그 반대로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면 우리 경제가 침체국면에서 쉽게 벗어나기 어렵다는 점에서 여간 걱정스러운 일이 아니다. 더욱이 그동안 우리 경제를 앞장서 견인했던 IT산업, 그 중에서도 수익성이 높았던 기간통신업체조차 상반기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투자를 미루고 있다고 한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기간통신업체들의 투자는 목표치를 크게 밑돌 것이고 자칫 IT성장동력 육성에도 차질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금할 수 없다. KT의 경우 상반기 중에 2조여 억원의 투자비 중 60%를 앞당겨 집행하겠다고 밝혔으나 실제는 40% 수준만 투자했다. SK텔레콤 역시 1조7000억원 중 8450억원을 상반기에 집행할 계획이었으나 6600억원만 사용했다고 한다. 경제수장인 이헌재 부총리조차 “지난 2000년 이후 국내기업의 투자는 거의 정체상태”라고 했다니 우리 기업들의 투자가 얼마나 부진한지 짐작할 만 하다.
한국은행의 자료에 의하면 우리의 설비투자율은 올 1분기 현재 8.9%로 지난 1998년의 8.4%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또 국내자본재에 의한 투자는 부진한 데다 설비투자 중 수입자본재 비중이 50%에 육박했다.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활발해야 경제도 침체국면에서 벗어나고 일자리도 만들 수 있는데 지금 상황에 변화가 없다면 경제불황은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가장 큰 원인은 노사관계 악화에 대내외적인 불안요인 등으로 기업들이 투지를 기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조업의 경우 국내 신규투자보다는 해외로 생산기지 이전을 선호하는 게 지금의 실정이다. 이런 상태다 보니 기업들은 과감한 설비투자는 뒤로 미루고 단기실적 위주의 기업경영에 치중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을 더는 방치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하루빨리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단행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정책의 일관성이나 신뢰성 확보, 기업규제 등에서 기업의 투자를 촉진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기간통신업체의 경우 침체된 시장의 활로를 찾기 위해 통신방송의 융합, 그리고 유선과 무선의 비대칭 규제 등 각종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설비투자는 기업들이 미래를 보고 하는 것인데 미래를 담보할 신산업 발굴 등에 확신이 없다면 아무리 투자하라고 해도 선듯 나서는 기업이 없을 것이다. 경기회복은 생산과 출하, 소비가 맞물려야 가능할 것이다. 기업의욕을 고취시켜 설비투자를 늘리지 못한다면 일자리 창출이나 생산성 향상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정부가 보다 근본적인 투자 활력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면 경기침체는 계속될 것이고 제조업의 경쟁력까지 상실할 수 있다. 그런 차원에서 정부는 우선 비교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신성장동력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를 유도하고 특정분야에 대한 투자시 세제지원을 하는 것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기업인들도 경기회복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투자에 나서 처음 계획대로 투자비를 집행해야 할 것이다. 기업의 설비투자는 생산을 확대하고 수요를 촉진하는 원동력이 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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