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위원회가 이동전화사업자들의 단말기 보조금 지급행위에 대해 과징금에다 영업정지라는 초강경 제재조치를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아랑곳없이 공짜 휴대폰이 활개치고 있다고 한다. 이미 LG텔레콤을 선두로 KTF, SK텔레콤 순으로 오는 9월 28일까지 각기 30일, 30일, 40일의 영업정지가 단계적으로 집행중인 상황에서 단말기 시장의 현실은 전과 다를 바 없이 여전히 혼탁하다니 여간 걱정되는 게 아니다. 이통사들은 이런 현실에 대해 ‘상대 업체가 과도한 리베이트를 지급하고 있다’거나 ‘영업정지를 고려해 제조업체와 대리점들이 재고 모델을 밀어내고 있다’ 며 상대탓으로 그 책임을 돌린다고 한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번호이동성제가 과열되면서 전국 이동통신 대리점과 판매점, 유통상가에 ‘공짜’ 플래카드가 버젓이 내걸려 있고 업체 간 가입자쟁탈전이 치열하다는 사실이다.
한마디로 시장질서가 혼탁하다 보니 정부의 영업정지 조치나 단말기 보조금 지급 금지 정책은 뒷전으로 밀려났다고 봐도 무방할 할 것이다. 특히 지난달 이동전화 3사와 KT 등 4사 CEO가 한자리에 모여 관련 법규정을 준수하고 번호이동성 도입취지에 맞게 공정경쟁 환경조성에 나서겠다고 한 것은 빈말이 되고 있다. 이들은 ‘이동통신공정경쟁협의회(가칭)’를 구성해 매주 1회 이행상황을 점검하고 대리점·판매점·방문 판매를 통한 단말기 지급행위와 대학·기업 등 법인에 지원금 형태의 우회적인 보조금 지급행위, 직원 등을 동원한 인적 판매 형태의 단말기 보조금 지급행위 금지를 엄수키로 다짐한 바 있다. 이유야 어찌됐건 CEO들의 클린마케팅 의지 천명은 공약이 되고 말았다.
물론 통신위원회의 제재로 인해 단말기제조업체나 대리점 등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란 점은 예상된 일이었다. 시장질서는 확립할 수 있지만 이 조치가 시장위축을 가져와 단말기제조업체나 대리점 등은 재고 물량이 쌓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재고물량 소진과 신규 가입자 확보를 위해 무리수를 둘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통사업자들의 과당경쟁은 단말기의 잦은 교체로 인한 과소비 조장, 자원 낭비, 로열티 지급 증가 등의 부작용도 낳고 있는 게 사실이다. 정부가 오는 2005년까지 보조금 지급을 금지하기로 법제화한 것도 이러한 부작용을 우려해서다.
우리는 보조금 지금 문제에 있어 강력한 단속이나 제재 등 법규정 강화만으로 불법이나 탈법행태가 근절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아무리 법규정을 강화해도 단속을 피해 은밀한 방법으로 지원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정부는 단속일변도보다는 통신시장 질서확립을 위한 종합적인 방안을 강구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2005년까지 지금과 같은 방식의 강력제재와 불법영업이라는 악순환이 쳇바퀴처럼 계속될 것이다. 다음은 이동전화사업자들이 새로운 방식으로 클린마케팅을 하는 일이다. 지금의 방식은 시장 질서나 국가적으로 해악이 많은 구태 마케팅이다.
이동전화 사업자들이 구태에서 벗어나 최상의 통화품질과 차별화된 서비스, 통화료 인하 등을 통해 가입자를 유치하는 게 정도라고 본다. 경쟁 업체보다 질 좋고 다양한 맞춤 서비스, 차별화된 요금 등을 내세워 가입자를 유치할 때 편법이나 불법은 사라지고 시장질서도 확립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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