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첨단 기술 `파수꾼` 기대한다

국내 첨단기술 해외 유출로 인한 국부 손실을 막기 위해 정부 부처와 주요 국책기관 등이 참여하는 범정부 차원의 국가산업보안정책협의회(가칭) 발족은 다소 때늦은 감이 들긴 하지만 퍽 다행한 일이다.

 이번 협의회 발족은 범정부 차원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 일반 기업체는 물론 국가출연연구기관, 대학연구소 등 첨단 기술을 다루는 산·학·연 전반에 대한 보안의식을 새롭게 가다듬고 국내 첨단 기술 보호체계를 지금보다 한 단계 강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본다.

 정보사회를 맞아 지금은 첨단 기술이 국력의 잣대로 작용하고 어느 나라가 얼마나 더 많은 첨단 기술을 개발해 보유하느냐에 따라 그 나라 경쟁력의 우열이 판가름나기 때문에 세계 각국은 치열한 기술전쟁을 벌이고 있다. 첨단 기술이 기업과 국가경쟁력의 원천이 되는 관계로 각국은 첨단 기술 개발 못지 않게 개발한 기술 보호에도 혼신의 힘을 쏟고 있다. 만약 장기간의 인력과 연구비를 투입해 독자 개발한 첨단 기술이 밖으로 유출될 경우 그로 인한 재산상 피해는 엄청날 수밖에 없다. 해당 기업은 말할 것도 없고 국가적으로도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중국과의 휴대폰 분야 기술격차가 2년 정도로 줄어든 것도 불법 기술 유출과 핵심 기술인력의 전직 때문이라고 하니 예삿일이 아니다. 이런 이유로 세계 각국의 유수 기업이나 정부는 첨단 기술 보호 및 유출을 막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이번에 협의회가 발족하면 앞으로 업계의 입장을 적극 반영해 기술보안과 관련된 제도적 문제점을 수렴하고 관련법의 보완 및 개정 등을 적극 추진할 방침이다. 특히 국가 R&D 예산을 투입해 개발한 기술 성과부터 시스템적으로 해외 유출이 불가능하도록 허점을 보완하고 그동안 축적된 노하우를 일반기업으로까지 확대 적용해 나간다니 기대가 된다.

 우리나라도 IT분야 기술력이 높아지면서 반도체·LCD분야의 기술유출 사건이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그간 IT분야의 산업스파이 적발사례를 보면 2003년 5건에 피해 예상액이 7조5000억원이었으나 올해는 5월까지 작년 수준인 6건이 발생했고 금액만 7조6000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이 같은 첨단 기술 유출은 사전에 막는 방법이 최선이다. 유출된 이후의 조치는 사실상 의미가 없다고 봐야 한다. 그런 점에서 산·학·연 등이 첨단 연구분야 인력에 대한 철저한 산업보안 의식을 고취시켜야 할 것이다. 특히 이들에 대한 처우를 개선해 이들이 기술 개발에만 전념할 수 있는 토양을 조성해야 한다. 이제까지 국내 첨단 기술을 해외에 유출한 사례를 분석해 보면 IMF사태 이후 평생 직장 개념의 퇴조에다 자녀 교육 문제, 경쟁사의 좋은 고용조건 제시 등이 주 요인으로 나타났다고 하니 기업체 등에서 참고해야 할 사항이다. 기술인력도 생활인인 만큼 순간적으로 외부 유혹에 빠질 수 있으므로 그런 요인을 사전에 막는 노력을 해야 한다. 아울러 사후 이들에 대한 엄격한 법집행으로 이런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번에 발족하는 협의회가 국익 수호의 첨병이라는 소명의식을 가지고 정부 유관 부처와 협력해 국내 기업들이 마음놓고 기술 개발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나아가 기술 유출을 막는 산업 지킴이 역할에 최선을 다해 줄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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