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전시회에 참가해 삼성전자가 그동안 얼마나 발전했는지 바이어들에게 설명할 때 희열을 느낍니다. 특히 지난달 미국에서 열린 미국 가전 전시회(CES2004)에서 메릴린치, 노무라연구소 등에서 100여명의 애널리스트들에게 ‘반도체’, ‘LCD‘ 등으로 알려진 삼성전자가 소니 못지 않게 영상가전 분야에서도 뛰어나다는 점을 증명한 것이 큰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DM) 총괄 최지성 사장은 ‘타고난 장사꾼’으로 평가받는다.
이런 기질을 보여주는 일화 하나. 지난달 CES에서 베스트바이의 브레드 앤더슨 사장이 삼성전자 부스를 방문하자 최지성 사장은 그의 팔짱을 끼고 제품 설명을 시작했다. 당초 10분 예정으로 방문했지만 최지성 사장이 이렇게 열정적으로 신제품에 대해 설명하자 다른 약속을 취소하고 1시간 가까이 설명을 들어야 했다. 그러고도 미안했는지 다시 부스를 방문해 못 다들은 설명을 들었다. 최지성 사장은 “미국 문화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팔짱을 끼다보니 농담으로 ‘성희롱’이라는 얘기를 듣기도 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여름 독일 베를린에서 개최된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인 IFA에서도 최지성 사장의 전시회 열정은 여전했다. 직원이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온 바이어라고 설명하자 포옹을 하면서 연신 고맙다는 얘기를 했다. 기자가 그를 아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이 바이어는 삼성전자가 현재 보다 훨씬 안 알려졌을때도 우리 물건을 구매한 소중한 바이어”라며 “삼성전자의 오늘이 있게한 장본인들”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DM총괄 사장이 전시회 기간내내 부스에 머무르면서 예전과 달리 DM총괄 산하의 사업부장들도 전시회 기간동안 부스를 지킬 수 밖에 없다. 하루종일 서 있는 것이 쉬울리 없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그는 생각한다.
최지성 사장은 ‘내가 삼성전자 이름으로 전시회에 참가한 것은 지난 87년 뮌헨에서 개최되는 일렉트로니카 전시회가 처음이라”며 “당시는 15평 규모에다가 부스 인테리어도 삼성전자가 직접했지만 지난해 IFA에서는 1200평의 부스를 마련해 참가한 것을 감안하면 감회가 새롭다”고 밝혔다.
그는 “사실 우리 세대는 한국의 고도 성장 시대에 열정을 갖고 일하면서 많은 혜택을 받은 세대”라며 “그러나 최근의 산업 공동화, 이공계 기피현상 등을 볼때 내가 과연 우리 후대에게 어떤 자산을 물려줘야 할지에 대해 최근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형준 기자 hjy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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