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한 소장(khkim@mail.amit.co.kr)
8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상용화되기 시작한 자기공명영상진단기(MRI)는 오늘날 필수적이지만 한편으로는 고가의 의료진단기기로 인식돼 있다. MRI는 핵자기공명분광(NMR)의 원리를 의료영상진단에 응용한 것으로 경사자계장(gradient)을 써서 시료로부터 나온 NMR 신호에 위치정보를 부여함으로써 영상을 재구성하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의 상용 NMR는 미세영상화가 선택규격이므로 NMR 영상을 임상용 영상(clinical imaging)으로 특화한 것이 MRI라고 봐도 무방하다.
역사적으로 봐도 경사자계장을 사용하는 아이디어는 이미 1951년 가빌러드에 의해 도입됐다. 이는 NMR 신호획득으로 노벨물리학상이 수여된 지 6년 후의 일이다. 이후 총 5회의 노벨물리학상이 NMR 분야에 수여되고 그 응용은 화학 및 재료분야에서 더욱 활발히 일어났다. 1945년 최초의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하기 전년에는 당시 실험에 사용된 장치가 베리안사에 의해 이미 특허가 출원됐다. 또한 60년대 초반 독일의 브르커사에 의해 상용화된 펄스방식의 고분해능 NMR가 도입돼 관련 연구개발을 촉진한 면도 간과할 수 없다. 펄스 NMR방식 이전에는 CW(Continuous Wave)방식이 있었으나 NMR신호를 획득하는 시간이 무척 오래 걸렸기 때문이다.
MRI의 상용화는 영국의 EMI사가 라우터바우어의 경사자계장 사용에서 비롯돼 대략 1974년부터 1978년 사이 미국과 영국의 대학과 산업의 연구개발자 노력의 결실이다. 이 기간에 영상재구성 방법인 프로젝션 리컨스트럭션(projection reconstruction)·스핀 와프(spin warp)·초고속영상법인 EPI(Echo Planar Imaging)가 도입된다.
현재 상용화된 MRI시장은 GE와 지멘스에 의해 80% 이상이 양분되고 있다. MRI가 본격 상용화된 80년대 초반, GE의 최고경영자인 잭 웰치는 가전사업 등 전통제조업에 기반한 초거대 다국적기업인 GE가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구조전환하는데 MRI를 위시한 의료장비사업에 주목하게 된다.
MRI의 가까운 미래는 더 강한 고자장 자석의 도입을 통한 인체에 대한 분광방법(NMR 스펙트로스코피 또는 MRS 라고도 하며 인체에 대한 NMR 분광실험이라고 보면 무난하다)의 발전과 환자의 편이를 위한 개방형 자석의 확산 등 두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러나 자석(초전도 자석 등)은 NMRI장비(이후 MRI와 NMR 양자를 같이 언급할 필요가 있을 때는 NMRI로 부른다) 원가의 절반을 차지하기 때문에 초전도 RF코일을 통한 자석의 의존도를 줄이는 방법은 특히 관심을 끈다.
초전도 RF코일은 상용 NMR에서는 이미 출시됐고 적어도 이론적으로 수백 수천 만배의 SNR(신호대 잡음비) 상승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이고 이는 고자장의 이점에 상응한다. 현재의 제품에서는 선진국의 선도기업들에 의해 금년 발표되는 초전도 개방형 자석을 쓰는 제품들이 향후 약 10년은 시장을 선도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현존하는 초전도방식의 1.5T(Tesla), 3.0T, 그리고 영구자석방식의 0.3T 개방형(오픈 C-타입) MRI도 향후 5년은 주력 제품으로 공존할 것이다.
NMR는 근래의 X선 분광분야(특히 재료분석분야)를 빠른 속도로 대체하면서 유전자 분석같은 생명과학 및 공학분야에서 최종적인 대답을 줄 수 있는 고급특수분석장비로 인식받고 있다. 예로 이웃의 일본에서는 단일 NMR 실험실에 유전자 및 단백질 분석을 위한 800㎒급 NMR만도 수대를 설치, 사용하고 있다. 참고로 이 장비의 가격은 300만달러에 달한다.
이러한 고분해능 NMR의 경우는 고자장과 고균일도의 자석이 요구되므로 대부분 초전도 자석을 채용하고 현재는 영국의 옥스퍼드가 900㎒ 자석(42.58㎒가 1.0T의 자기장 세기에 대응됨)을 최근 발표했다. 참고로 초전도 자석의 설계기술은 500㎒를 분기점으로 달라지고 자장이 상승함에 따라 가격은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한다.
또 최근의 양자컴퓨팅에서는 NMR를 사용해 혁신적인 알고리듬을 실험하고 있다. 원자핵이 강한 외부 자석내에서 작은 자석으로 행동함이 NMRI의 기본 원리고 보면 이러한 원자핵스핀의 「업앤다운」 상태는 「1과 0」에 대응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목적의 NMR 컴퓨터는 원자핵스핀을 다루는 데 극히 정교한 디지털 회로와 RF회로를 채택해야 할 것이다. 또한 정교하고 최고급 사용자를 고려한 NMRI 스펙트로미터가 요구된다.
NMRI 장비의 핵심과학기술이자 핵심 장치인 NMRI 스펙트로미터는 대부분 투컴퓨터시스템(two computer system)을 채택한다. 하나는 사용자창(GUI)이 운영되고, 다른 하나는 스펙트로미터 자체에 장착된 원보드컴퓨터다. GUI에서 인간으로부터 입력된 명령은 타깃머신(이 경우는 디지털화된 RF트랜스미터와 리시버·경사자장계 컨트롤러 회로)이 해독가능한 어큐지션 컨트롤러와 데이터 프로세싱 커맨드가 실시간 운용체계상에서 임베디드 컴퓨터의 지휘하에 관련 DSP 장착 하드웨어 보드에서 발생된다.
이같이 발생된 기계어 형태의 명령들은 실시간으로 DDS(Direct Digial Synthesizer)와 경사자장계 컨트롤러의 마이크로프로세서에 전달돼 구현하고자 하는 펄스열의 부호·진폭·시간·위상·주파수 및 함수적 형태 등이 연산, 수행된다.
한편 발생된 NMR 신호는 리시버 보드의 DDS(Digital Down Conversion)칩에 의해 검출되고 디지털로 전환, 데이터 프로세싱 보드로 전달된다. 물론 강력한 RF송신시 그리고 강력한 경사자장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각각 RF증폭기와 선형증폭기가 채용된다.
NMR신호의 ADC(Analogue to Digital Conversion)속도는 액체상 시료경우 수㎑ 정도고, 고체상 시료의 경우는 수㎒의 속도를 요구된다. 그러므로 MRI가 다루는 인체는 액상 및 고체상 등이 혼재한(학술적으로는 생체를 결정 및 비결정 등의 구조를 가진 고체와 대별하여 콤플렉스와 소프트시스템이라 명명하고 있다) 형태이므로 고체 NMR와 거의 같은 ADC규격이 요구된다.
NMR의 또 다른 응용분야는 최근의 산업용 NMR다. NMR는 X선과는 달리 비파괴적, 비침습적이고 초음파 장비와는 비교되지 않는 정밀한 분광 및 영상을 제공하므로 화공분야 및 농식품 분야의 비파괴 품질검사에 대폭 활용되고 있다. 또 원자핵의 전기적 성질인 핵사중극의 성질을 이용한 NQR(Nuclear Quadrupole Resonace)는 공항, 항만 등의 마약 및 테러용 플라스틱 폭탄과 무기를 검출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우리 경우는 비무장지대의 지뢰탐지, 특히 금속탐지방식으로 탐지되지 않는 플라스틱 지뢰탐지에 유용할 것이다.
국내 대학의 NMR와 NQR 학술연구는 오래전부터 대학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었으
나 최근의 산업동향에 맞는 핵심기술의 개발, 특히 관련산업 및 인프라의 발전은 학술연구보다 많이 뒤져 있다. 그러나 오래전부터 NMR 데이터 프로세싱을 한양대학교 화학과와 이화여자대학교 화학과에서는 상품화 수준의 NMR, GUI개발을 목표로 진행해왔고 배재대학교 물리학과는 미국 워싱턴대학과의 협력연구로 초전도 RF코일을, 전북대학교 농과대학에서는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과 협력으로 산업용 NMR연구를, 그리고 한국과학기술원 물리학과에서는 NMR를 이용하는 양자컴퓨팅을 활발하게 연구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핵심기술장치개발이 국내에서 추진돼 왔으며 국내대학과 정부출연연구소의 잠재력, 선진기술의 도입을 융합해 산업용 NMR를 포함한 전 NMRI 분야의 연구개발 및 상품화가 급속히 추진되고 있다.
<약력> 김경한 박사
81년 고려대학교 물리학과 졸업
94년 미국 아이오와 주립대학교 물리학 박사, 실험 응집물리학(solid state NMR)
95∼96년 10월 미국 에임스 국립연구소 전임연구원
96년 11월∼98년 한국과학기술원 의료영상센터 MRI 연구개발부장
98년∼현재 카이 부사장, 카이 부설 핵자기공명분광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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