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부품산업의 현황을 조사하기 위해 도쿄에서 전철로 1시간이 조금 넘는 거리에 있는 무라타 요코하마사업소를 방문한 취재팀이 가장 먼저 발견한 것은 국기게양대에서 일장기와 함께 펄럭이고 있던 태극기.
파란 하늘, 밝은 햇살아래 업무차 방문한 일본 회사의 국기게양대에 나부끼고 있는 태극기는 분명 서울 하늘아래에서 보던 태극기와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태극기가 게양된 이유가 궁금해진 기자가 무라타의 회사현황을 브리핑한 가타야마 실장에게 그 이유를 묻자 가타야마 실장은 『취재팀의 방문을 환영하는 뜻을 나타내기 위해서』라며 밝은 미소를 보였다. 취재팀은 가타야마 실장의 대답에서 상대방이 생각하거나 기대하지 못하고 있던 세심한 부분까지 배려해 고객서비스 차원을 넘어 고객감동까지 이끌어내고 있는 무라타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새로운 전자기기는 새로운 전자부품으로부터, 새로운 전자부품은 새로운 재료로부터」. 이는 재료의 심층연구를 통한 기초기술력을 바탕으로 첨단부품을 개발하고 있는 세계적인 전자부품업체 무라타의 기본이념이다.
전자업계 전문가들이 세계 최고 부품업체의 하나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 무라타는 저항기와 콘덴서 등 범용부품에서 첨단 초소형 디지털 가전제품에 필요한
소형고정밀 부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만약 무라타가 없었다면 오늘날 누구나 간편하게 사용하는 한손 안에 쏙 들어오는 초소형 휴대전화기의 생산은 아마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무라타의 올해 주요 경영실적을 살펴보면 매출이 3949억6000만엔으로 전년 대비 33% 성장하는 한편 경상이익은 513억1300만엔으로 전년 대비 56%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매출액 대비 경상이익률은 12.99%로 전자부품 전문업체 중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를 국내 최대 종합부품업체인 삼성전기와 비교해보면 무라타는 삼성전기에 비해 매출액은 1.3배, 경상이익은 2.8배에 달하는 반면 종업원은 오히려 훨씬 적은 4700여명에 불과해 외형(매출)에 비해 경영실적의 내실(이익)면에서 월등히 앞서 있음을 알 수 있다.
무라타가 오늘날 이처럼 세계적인 부품업체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우선 기초(재료)기술에 대해 꾸준하고 충실하게 연구해왔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회사 기본이념처럼 전자부품의 기본이 되는 재료기술에 대해 지속적으로 연구함으로써 이러한 재료기술이 회로설계기술, 프로세스기술·생산기술, 측정평가기술 등 다양한 요소기술과 수직통합돼 모듈 및 하이브리드, 세라믹다층기술 응용상품의 개발이 가능토록 한 것이다.
또 이는 복합기능제품에 대한 연구개발 및 생산을 진행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는 것이다.
『무라타의 자랑은 무엇보다 부품의 원천이 되는 재료기술에서 설계·생산기술까지 일괄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전자기기는 점점 고기능·다기능화되고 있으며 전자부품 자체도 고주파화·저손실화·소형화 등 다양한 요구에 대한 대응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기술적 과제들은 재료에서 제조기술까지 어느 한 가지에 의한 단편적인 기술로는 대응할 수 없습니다. 무라타에서는 축적된 요소기술(재료·설계 및 제조기술)을 어떤 개발테마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기술을 수직통합해 새로운 개념의 독자제품을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같은 가타야마 실장의 설명에서 부품개발의 기초가 되는 재료기술력과 측정평가기술이 뒤떨어져 일본 부품업체에 비해 상대적 열세에 허덕이고 있는 국내 부품업체의 현주소를 반추해 보는 것은 그리 무리가 아닐 듯 싶다.
무라타의 장점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세계화 경영을 바탕으로 한 고객만족 경영을 들 수 있다. 무라타는 일찍부터 해외에서 주력제품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시스템을 구축, 세계 각지 다양한 고객의 요구를 남보다 앞서 파악해 설계단계에서부터 반영함으로써 고객만족을 실현하는 한편 차세대 기술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무라타는 현재 해외 생산 및 판매거점으로 북남미지역에는 미국과 브라질 2개국에 4개 거점, 유럽에는 독일·네덜란드 등 8개국에 11개 거점, 아시아에는 중국·한국·대만을 비롯한 7개국에 15개 거점이 있어 세계적으로 총 17개국에 30개의 생산 및 판매거점을 두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무라타의 성장동력이 된 것은 경쟁력이라고 할 수 있다.
사업초창기부터 스스로의 힘으로 독립해 치열한 경쟁환경을 이겨내야만 하는 일본 부품기업의 생존 메커니즘은 무라타에도 예외없이 적용되고 있기 때문.
결국 특정 대기업 위주로 납품하는 수직적 거래관계나 대기업의 계열이 아닌 독립기업으로 출발해 세트업체의 다양한 요구를 수용해야 하는 치열한 경쟁구도에서 남보다 앞선 기술력과 품질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온 것이 오늘날의 무라타를 존재하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이 됐다고 할 수 있다.
<김성욱기자 swkim@etnews.co.kr 신찬훈 전자부품연구원 책임연구원 chshin@nuri.ket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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