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투자전략 상반된 행보

국내 반도체산업의 쌍두마차인 삼성전자와 현대전자가 상반된 투자전략을 구사

해 눈길을 끌고 있다.

삼성전자는 돌다리도 두드리는 「관리」의 삼성답지 않게 저돌적으로 투자하는 반면 속도전을 펼쳤던 현대전자는 안정성 위주의 투자행보를 보이고 있다.

국내외 반도체업계는 반도체 시장전망이 갈수록 불투명해지는 상황에서 두 회사의 상반된 전략이 어떠한 결과로 이어질지 궁금해하고 있다.

◇밀어붙이는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하반기들어 적극적인 신규투자를 추진해오고 있다. 지난해 말 착공한 화성공장 10라인을 가동도 하기 전에 11라인과 비메모리반도체 전용 신규라인을 착공했다.

특히 비메모리반도체 신규라인 투자는 거의 10년만의 일이다. 삼성전자는 또 기존라인에 대해서도 장비와 설비를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올해 설비 신증설에 쏟아부을 자금은 5조7000억원(TFT LCD 투자 포함). 아직 확정하지 않았으나 내년에도 올해와 같은 수준으로 투자할 계획이다.

이같은 공격적인 투자는 공급부족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윤우 반도체 총괄 사장은 『디지털 제품군의 급성장으로 D램과 플래시메모리 등 메모리 제품은 물론 시스템IC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에 대비한 포석』이라고 말했다.

◇조심스러운 현대전자

현대전자 역시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반도체 시장을 낙관한다. 박상호 반도체부문 사장은 『D램은 수요측면에서 PC에서 인터넷·이동통신·신가전 등으로 다양해지는데다 공급측면에서는 경쟁업체의 탈락, 투자제한, 12인치 라인 도입지연 등으로 적어도 2002년까지 공급부족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예전과는 전혀 다른 사이클을 보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렇지만 현대전자는 삼성전자와 달리 신규투자에 대해서는 무척 조심스럽다. 이 회사의 올해 예상 매출액이 70억달러인 점을 고려하면 더욱 의아한 일이다.

현대전자는 최근 신규투자보다는 보완투자에 주력하고 있다. 이 회사의 신규공장은 올해 말 시험가동에 들어갈 청주공장의 8라인뿐이다. 그렇지만 이 공장은 지난 LG반도체 시절에 투자가 시작된 생산라인으로 올해 장비를 새로 들이는 것이어서 신규투자라고 하기 힘들다.

반면 보완투자에는 적극적이다. 이 회사가 기존라인의 장비와 설비 업그레이드에 들일 비용은 올해 1조8000억원 안팎이다. 현대전자는 내년에도 이정도 규모로 보완투자할 계획이다. 다만 시장상황에 맞춰 12인치 시험 생산라인에 대한 투자를 검토중이다.

또 비메모리반도체 사업도 정통적인 시스템IC에 집중하는 삼성전자와 달리 수익은 적으나 안정적인 수탁생산(파운드리)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현대전자의 한 관계자는 『시장상황으로 봐서는 신규투자도 필요하나 투자의 위험성을 낮추는 차원에서 기존라인을 재구축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보고 보완투자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선의 선택인가

삼성전자와 현대전자의 신규투자에 대한 접근방식의 차이는 두 회사가 처한 입장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 상반기 삼성전자는 3조1829억원으로 최대의 순이익을 냈다. 이에 반해 현대전자는 3741억원의 순손실로 동아건설에 이어 두번째로 손실이 큰 기업이었다.

현대전자는 막대한 반도체 수익에도 불구하고 현대투신에 대한 투자손실과 해외공장 매각 손실 등으로 적자를 봤다. 더욱이 차입금 규모는 8조원 안팎으로 지난해 통합 전에 비해 크게 낮춰놓았으나 여전히 불안한 재무구조를 갖고 있다. 신규투자보다는 자금부담이 적은 보완투자에 주력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중으로 재무구조를 안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신규투자는 이 때부터 시작해도 늦지 않는다는 것이 현대전자의 판단이다. 이 때문에 현대전자는 일단 최소의 투자로 최대의 효과를 거둔 뒤 이를 내년 이후 본격화할 신규투자의 재원으로 적극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현대전자에 비해 삼성전자는 여유가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외에도 통신과 가전 등 균형된 사업구조를 갖고 있어 반도체에서 벌어들이는 막대한 수익을 고스란히 신규투자에 쏟아부을 수 있다.

삼성전자는 현대전자를 비롯한 경쟁사에 앞서 공격적인 투자로 차세대 메모리반도체 시장을 선점할 방침이다. 또 그동안 취약했던 비메모리반도체 사업도 요즘처럼 한창 좋을 때 투자해야 훗날 메모리반도체 시장 불황에 대응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두 국내 반도체 간판주자들의 상이한 투자방식이 1∼2년 뒤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주목하고 있다.

특히 두 회사의 접근방식이 모그룹의 색깔과는 정반대라는 점에서 관객들은 두 회사의 경쟁을 더욱 흥미있게 지켜보고 있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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