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경영」은 이제 더 이상 벤처기업이나 인터넷 기업만의 특권이 아니다. 보수적인 성향으로 유명한 산전업계에서도 경영과 디지털을 접목시키려는 시도가 잇따라 시도되고 있다.
특히 부품 업체들의 경우 세트 업체로부터 인증을 획득하고 난 후 주문이 있어야만 제품을 생산하는 특성상 지금까지 디지털 거래는 무의미한 것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이같은 고정 관념의 틀이 깨지고 있다. 산전 부품업계도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경영을 도입하려는 시도가 일어나고 있다. 디지털 경영으로 변신하지 않으면 더 이상 기업의 생존을 자신할 수 없게 됐다.
산전업계에서 가장 앞서 디지털 경영을 도입한 사례로는 종합 전자부품 업체인 삼성전기를 꼽을 수 있다. 삼성전기는 지난해 세트 업체를 대상으로 한 전자상거래 시스템을 도입한데 이어 최근에는 국내외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한 전자상거래 시스템을 추가로 구축해 대부분의 핵심 업무를 전자적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됐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사람과 사람이 만나야만 가능했던 업무를 디지털화함에 따라 시간과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삼성전기는 미주 지역을 대상으로 실시해온 전자상거래 구매 업무 대상을 올 상반기중으로 동남아·유럽까지 확대하고 대상 품목도 MLCC, 칩저항 등 칩 부품 관련 제품에서 FDD, 키보드, 멀티미디어 스피커, PC카메라 등으로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또 다음달부터는 구매용 전자상거래 시스템 적용 범위를 해외공장의 협력업체 등으로 확대키로 했다.
삼성전기 이외에 한국GE프라스틱도 디지털 경영을 앞세우고 있는 대표 주자다. 이 회사는 지난해말 1억원을 투입해 고객들이 인터넷을 통해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온라인주문 시스템을 도입,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간데 이어 최근에는 고객들이 인터넷을 통해 제품을 주문할 수 있을뿐 아니라 각종 거래 현황과 재고현황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전자상거래 시스템 구축도 추진하고 있다.
산전 부품업계에서 삼성전기처럼 두개 이상의 핵심 업무를 디지털화한 사례는 아직까지 흔하지 않지만 부분적으로 디지털 경영을 도입하고 있는 업체들은 손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산전 부품업계들이 주로 디지털화하는 업무 분야는 당장 효과를 볼 수 있는 결제, 구매, 판매 등의 분야다.
결제업무를 디지털화하고 있는 대표적인 업체는 대덕전자와 LG전선 등을 들 수 있다. PCB 업체인 대덕전자는 지금까지 어음 등 신용 수단으로 결제하던 협력업체에 대한 납품 물품 대금 지급 방법을 전자문서교환(EDI)을 통한 전자결제 시스템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이 회사는 이를 위해 하나은행을 기반으로 한 EDI시스템을 구축해 1백여개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원부자재의 납품·대금결제 등 거래와 수반된 모든 업무를 전자적으로 처리키로 했다.
LG전선도 최근 신한은행과 제휴를 맺고 EDI 방식의 구매카드 제도를 도입했다. LG전선의 구매카드 제도는 구매자가 LG전선에서 물품을 구입하고 어음 대신 카드 매출전표를 발행하면 LG전선은 물품대금을 신한은행에서 받고 신한은행은 이 대금을 LG전선의 구매자에게 청구하는 방식이다. LG전선은 이 제도를 우선 물품 구매결제에 활용하고 향후 시스템이 안정될 경우 전 사업부로 확대할 방침이다.
인터넷을 이용해 직접 자사의 제품을 홍보하고 판매하는 업체도 등장했다. 콘덴서 및 저항기 전문업체인 필코전자는 최근 중소 세트 업체들이 저렴한 가격에 자사의 제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전자부품 구매 사이트인 사이버필코(http://www.cyberpilkor.com)를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이 회사는 사이버필코를 통해 자사가 생산하는 각종 콘덴서와 저항기, 칩부품 등 전품목을 국내 업체를 대상으로 판매하고 있으며 향후 해외 업체에도 문호를 개방할 계획이다. 엘레파츠가 이달부터 운영에 들어간 엘레파츠닷컴(http://www.eleparts.com)은 아예 전자부품 및 관련 공구, 계측기 등의 기업간 거래를 위해 만들어진 전자부품 거래 전용 사이트다. 이 사이트는 온라인상으로 제품의 정보검색에서부터 견적 요청, 주문, 결제에 이르기까지 구매 전과정을 일괄처리할 수 있는 쇼핑몰을 갖추고 있다. 또 공급자와 구매자를 알선해주는 서플라이체인 메뉴를 갖추고 있다. 이밖에 경매 및 역경매 서비스를 통해 회원간의 불용, 잉여 재고를 사고 팔 수 있고 제조회사를 제품별, 종류별로 검색해볼 수 있도록 꾸며졌다.
이밖에 한국하니웰은 구매 비용 절감과 자재구매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최근 인터넷 공개 구매입찰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회사는 생산원가를 절감하고 향후 구축할 e비즈니스 시스템을 준비하기 위해 인터넷 홈페이지를 이용한 공개 구매입찰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데 공개입찰 대상품목은 빌딩자동제어기기류와 산업제어기기류 등 자동제어기기 전분야다.
보수적인 산전 부품업체들까지 디지털 경영을 표방하고 나서고 있는 것은 앞으로 전자상거래가 인터넷 관련 기업은 물론 일반 기업간 거래 질서로 자리잡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 120년이 넘은 역사를 가진 대표적 산전업체인 제너럴일렉트릭(GE)조차 지난해 5월 인터넷 기업임을 선언하고 대대적인 젊은피 수혈 작업에 들어갔으며 최근에는 유통사의 반대로 미뤄왔던 인터넷 직판 서비스까지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회사의 잭 웰치 회장은 인터넷 비즈니스가 이제는 수단이 아니라 마케팅, 유통, 물류, 판매의 장 그 자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도 지난 2월 인터넷 인구가 12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으며 정부는 오는 6월부터 전국 읍지역에도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고 올해말까지 전체 전화 이용자중 80% 이상이 초고속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어서 앞으로 인터넷은 전화 이상의 비즈니스 툴로 자리잡게 될 것임이 틀림없다. 이에 따라 산전 부품업계의 디지털 경영 도입 바람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황도연기자 dyhw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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