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르는 산업 ASIC>1회-국내시장 현주소

국내 반도체산업의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모든 전자제품이 디지털로 융합되는 추세로 인해 메모리반도체와 비메모리반도체의 경계도 무너지고 있는데 메모리반도체에 치우친 국내 반도체산업이 미래시장에서도 주도권을 유지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다.

비메모리반도체는 워낙 기존업체의 아성이 공고한데다 오랜 기술축적이 필요해 우리 반도체산업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분야다.

이 때문에 반도체업계가 새삼 주문형반도체(ASIC)에 눈을 돌리고 있다. 상대적으로 적은 투자로도 큰 효과를 볼 수 있으며 비메모리반도체 분야의 기반 기술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 ASIC이기 때문이다. 국내 ASIC산업의 현주소와 발전적인 대안을 10회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

『인텔은 CPU 하나로 세계 반도체시장을 들었다 놨다 합니다. 국내업체가 당장 인텔처럼 될 수는 없겠지만 되지 말라는 법도 없지 않습니까. 잠재력은 충분합니다.』

한 국내 주문형반도체(ASIC) 설계업체 관계자들의 말이다. 메모리반도체산업에서 확보한 기술력과 시스템 제조산업의 발달로 국내 ASIC산업의 기본 토양은 비옥하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현실은 어떠한가. 국내 ASIC 전문업체는 60여개사로 대만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그것도 최근 1∼2년 사이 창업이 활발했다는 것이 겨우 이 정도다.

조금 더 들여다보면 더욱 초라하다. 이들 회사가 지난해 기록한 총 매출은 600억원을 넘지 않은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 ASIC시장에서 국내업체의 점유율은 고작 1∼2% 남짓인 것이다.

4조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국내 ASIC시장을 고스란히 외국업체들에 내주고 있는 셈이다.

또 회사당 평균 매출이 10억원 정도로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제 초기단계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국내 ASIC산업의 위상은 비참하기 이를 데 없다.

ASIC은 특정 시스템에 맞게 개발한 반도체를 통틀어 일컫는 말이다. 다른 말로는 시스템IC라고도 부른다. 저장용으로만 쓰는 메모리반도체와 달리 쓰임새가 다양하고 부가가치도 매우 높다.

인텔이나 AMD가 최근 개발한 1㎓ CPU의 가격은 1200달러대인데 원가는 고작 몇달러 정도로 추정된다. 엄청난 부가가치인 셈이다.

반면 삼성전자와 현대전자 등 메모리반도체업체들은 5∼6달러에 판매하는 D램에서 고작 2∼3달러 정도의 마진을 챙긴다.

국내 정보전자제품 제조업체들은 적극적인 시장개척으로 세계시장을 주도하고 있으나 핵심부품인 비메모리반도체를 거의 대부분 외국에서 들여와 쓴다. 지난해 비메모리 수출이 12억6000만달러인데 반해 수입은 64억6500만달러로 수입역조현상을 보이고 있다. 해마다 적자폭이 커지고 있다. 국내산업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국내 ASIC산업을 집중 육성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ASIC산업이 발전해야 국내 정보전자산업의 경쟁력을 한단계 더 높일 수 있다. 또 산업자체로도 무한한 시장을 창출할 수 있다. 범용화한 CPU도 출발은 ASIC이었다. ASIC은 비메모리반도체산업의 기반인 것이다. 메모리반도체에서 엄청난 흑자를 올리면서도 비메모리반도체에서는 만성 적자국 신세를 면치 못하는 우리 반도체산업의 구조적 모순을 깰 수 있는 대안이 바로 ASIC산업이다.

이러한 상황을 인식한 산업자원부와 정보통신부 등 정책 당국자들도 앞다퉈 ASIC산업 육성책을 내놓고 있다. 산업자원부는 ASIC업체를 위한 전문 파운드리업체 육성 등 각종 지원책을 마련중이며 정통부도 앞으로 5년동안 710억원을 들여 ASIC산업을 집중 육성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렇지만 ASIC산업의 육성이 단순한 자금지원만으로 이뤄질 수는 없다. 우수한 전문 설계인력의 양성, 시장 창출, 인프라 구축 등 넘어야 할 산이 수두룩하다. 이들 문제는 대부분 단기간에 해결할 수 없다. ASIC은 우리 반도체산업계에 던져진 새로운 화두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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