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 보인다> 자기부상 열차

 선로에서 1㎝ 정도 떠서 달리는 자기부상열차 시대가 눈앞에 다가왔다. 지난달 중순 대덕연구단지에 있는 한국기계연구원 자기부상열차 시험선로에서는 언뜻 지하철 차량 같은 두 칸 짜리 열차가 타원형의 선로 위를 달렸다. 이날 무게가 50톤에 달하는 쇳덩어리 열차의 주행속도는 시속 50㎞.

 국내 최초 자기부상열차의 실용화 운행시험은 이렇게 성공적으로 끝났다. 세계에서 네번째 자기부상열차 개발이며 대도시 내 혹은 인근도시와 연계를 목표로 한 저속 도시형으로는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기계연구원과 현대정공은 지난 90년부터 지금까지 국책사업으로 이 자기부상열차 개발에 1백24억원 가까이 투입해 이런 성과를 거뒀다.

 자기부상열차는 바퀴 없이 전자석의 힘으로 떠서 선형 모터로 추진되는 새로운 교통수단이다. 이에 따라 열차가 전·후진 또는 가·감속하는 원리도 기존의 교통수단과는 판이한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일반 모터의 작동원리를 알아둘 필요가 있다. 흔히 회전 모터라고 불리는 이 모터는 냉장고나 자동차 혹은 장난감 등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면 장난감 자동차 내부를 한번 살펴보자. 보통 어른 엄지보다 약간 굵은 이 원통형 모터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한 가운데 철심 축과 이를 칭칭 둘러싼 구리선이 바로 그것이다. 이 모터의 구리선에 전류를 흘려주면 자기장이 생겨 한 가운데 봉이 회전하게 된다. 이 봉이 도는 힘으로 장난감 차의 바퀴가 굴러가는 것이다.

 자기부상열차에 사용하는 모터는 이런 회전모터를 좍 펼쳐 놓은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즉 자기부상열차에서는 이 구리선 역할을 하는 것을 리니어(Linear:선형) 모터, 그리고 가운데 축 역할을 하는 것을 리액션 플레이트(Reaction Plate:반응판)라고 부른다. 리액션 플레이트는 레일에 깔려 있고 리니어 모터는 차량에 달려 있다. 따라서 리니어 모터에 전기를 흘려주면 레일에 특정 방향의 힘이 발생해 열차가 움직이게 된다. 열차의 후진은 리니어 모터에 전기를 반대 방향으로 흘려주면 된다. 비슷한 원리로 전류를 세게 흘려보내면 속도가 붙고 이와 반대로 약하게 흘리면 감속이 되는 것이다.

 한편 도시형 자기부상열차의 적정 편성차량 수는 2∼4량으로 버스와 지하철의 중간쯤 되는 수송 능력을 갖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동차 한량 당 최고 1백20명을 태우고 시속 1백10㎞로 달릴 수 있다.

 전자석의 흡인력을 이용한 부상력 때문에 마찰이 없어 운행할 때 소음수준은 보통 사무실과 비슷한 50㏈로 일반 열차의 80㏈에 비해 훨씬 낮다.

 기계연구원의 김봉섭 박사는 『자기부상열차는 쾌적하고 승차감이 좋은 것은 물론 건설비용도 저렴하다』고 말했다. 자기부상열차 건설비용은 선로 1㎞당 2백억원을 밑돌아 지하철의 5백억∼6백억원에 비해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운행 유지비용 역시 지하철과 비슷하거나 조금 싼 수준이다.

 이같은 장점 때문에 미국을 제외한 독일과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60년대 말부터 자기부상열차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미국은 땅이 넓어 기차보다 비행기를 이용하기 때문에 이 분야 기술개발에 관심이 높지 않다).

 특히 독일은 지난 69년 자기부상열차인 「트란스 라피드」 연구에 착수, 이미 71년에 11톤급 시험용 자기부상열차를 시속 1백64㎞까지 주행하는 데 성공했다.

 그후 83년에는 바퀴 달린 열차의 한계속도로 알려진 시속 3백50㎞를 돌파한 시험차량(무게 1백22톤)도 만들었다. 독일은 이같은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90년대 들어서는 최고 시속 4백50㎞급 열차개발에 도전하고 있다.

 일본도 독일과 같은 시점인 지난 69년부터 자기부상열차 「MLU」와 「HSST」 개발을 시작했다. 현재 목표는 최고시속 5백㎞. 일본은 특히 자기부상 방식으로 상전도 흡인식과 초전도 반발식을 모두 시험하고 있다. 상전도 흡인식을 채용한 HSST는 열차가 궤도에서 1㎝ 가량 떠오르는 데 비해 초전도 반발식인 MLU는 10㎝ 가량 떠올라 달린다. 물론 후자의 주행속도가 더 빠르다.

<서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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